장홍석 국립대전현충원 행사담당

2월에 제주도에서 매화소식이 전해졌다. 제주도부터 시작된 매화물결은 한반도 전역을 파도처럼 휩쓸며 핑크색으로 물들인다. 우리 국립대전현충원의 보훈장비전시장에도 3월말이 되면 까만 밤을 수놓는 폭죽처럼 핑크색 매화가 터져서 정지화면처럼 매달려 있다. 가끔 겨울에 그 매화나무들을 볼 때면 활짝 핀 봄의 매화꽃들이 연상되어 마음 한켠이 따뜻해진다. 비록 눈에 항상 볼 수 없지만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우리원의 자랑이다. 이렇게 마음이 따뜻해지고 든든해지는 기운으로 개인에게 힘이 되고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작년 가을 문화행사를 개최하면서 그 따뜻함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 제11회 보훈사랑 현충원길 걷기대회를 개최한 2017년 11월 3일이었다. 이 걷기대회는 산으로 둘러 쌓인 현충원의 묘역 옆 단풍 길을 걸으면서 가족들과 함께 가을의 정취도 느끼고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위해 만들어진 행사였다.

10회를 맞이하는 동안에 걷기코스를 수료한 분들에 한해 경품을 나누어주었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느꼈다. 그러나 권율정 원장님께서 현충원에 오고 싶어서 현충원의 가을 정취와 가족을 찾아 온 분들 중에 걷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따뜻한 보훈' 도장을 만들자고 하셨다. 걷기대회인데 걷기를 수료하지 못한 분들에게 경품을 줘도 되는지에 의문을 품었지만, 개회식을 마치고 보훈공연장에 남아계신 분들의 얼굴에서 '따뜻한 보훈' 도장을 만든 일은 참 잘한 일이라고 느꼈다. '따뜻한 보훈' 도장이란 몸이 불편해서 걷지 못하는 국가유공자, 만삭에 가까운 임산부, 2~3세의 아이들과 함께 와서 긴 코스를 걷지 못하는 가족들에게 드리는 감사의 도장이자 배려의 도장이었다. 어떻게 보면 따뜻하다는 것은 모두에게 일률적 기준으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에게 맞도록 맞춤형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깨닫게 되었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또 하나의 따뜻함이란 그 날 걷지 못하셨지만 지팡이를 짚고 계시던 국가유공자분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자긍심을 찾아드리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근래에 우리나라에서 크고 작은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소방관들이 자신의 목숨을 뒤로한 채 화마 속으로 뛰어들어 국민의 생명을 구하고 있다. 언론에서는 격려보다 때론 늦게 출동했다는 등 깎아내리기에 편중하는 기사도 있다. 이렇게 국민을 위해 일하는 분들을 위해 비난보다는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대신했으면 한다.

과거 국가와 민족을 위해 희생했던 분들과 가족들이 미소를 지을 수 있도록, 현재 국민을 위해 일하고 있는 분들을 '짭새', '군발이' 등으로 비난하고 자긍심을 깎아내리기보다는 자긍심을 높여 헌신할 수 있도록 온 국민이 이런 분들의 마음속에 '따뜻한 보훈'이란 마음의 도장을 찍어 드려야 할 것이다. 그것이 지금 우리시대가 밝은 미래로 한 발자국 도약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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