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 "신상털기, 정의구현으로 번져… 사회시스템 점검 우선"
"최근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더글로리’나 ‘모범택시’의 공통분모는 제3자가 피해자에 대한 복수를 대신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사적복수를 꿈꾼다. 이런 드라마가 호응이 높았던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대중들은 내면 속 범죄를 저지르거나 문제를 일으킨 사람을 응징하고 싶은 욕구를 갖고 있기 때문일 것. 특히 현실에서 범죄가 발생했을 때, 우리 사회가 권력을 위임해 해결하도록 한 여러 기관들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을 경우 이 같은 욕구는 더 커질 수 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의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는데 있다. 신상털기가 정의구현으로 번지고 있는 요즘, 우리 사회의 공적시스템이 제대로 잘 돌아가고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봐야 한다. 사법기관에 권력을 위임했다면 국민은 그들을 믿고 자신의 일과 역할에 집중하는 게 정상적 사회다. 공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이런 일들은 반복 될 수밖에 없다. 죄를 지은 사람이 처벌받고, 피해자는 보호받는 이러한 정상적 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개인이 개입해서 뭔가를 해야 하는 상황자체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 현상 자체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 이전에 먼저 사회 시스템이 우리가 기대 하는 대로 돌아가는지를 점검 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임재연 목원대 교직과 교수 "무분별한 인신공격 ‘제2의 피해자’ 만들 수 있어"
"개개인에게 가해자에 대한 무분별한 인신공격, 정보를 공개해도 되는 자격까지 부여하고 있지는 않다고 본다. 그 과정에서 제2의 피해자를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교육적 관점에서도 10대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결코 좋을 수 없다. 정의 구현의 대상이 공인이거나 고위공직자라면 공개가 돼야하는 부분도 있지만, 지금은 대상이 일반 학부모다. 10대 청소년이라면 더 더욱 재미나 영웅심리에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부모나 학교에서 무분별한 신상털기의 문제와 SNS상에서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한 미디어 리터러시를 교육해야 한다. 사회적 갈등을 재생산시키고 확대시키며 영상물로 보급하고 방송하는 것에 대해서도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 특정 가해자의 신상털기보다는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를 바꾸는데 국민들이 힘을 모으고 건설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지역사회에 마련된 협의체를 통해 교육적 갈등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찾아가는 방식이 될 수도 있겠다."
김은기 배재대 경찰법학과 교수 "특정 개인 비난보다, 시스템 바꾸는 데 힘 모아야"
"죄형법정주의가 엄연히 존재하는 현대 국가에서, 처벌할 법률이 없다는 이유로 사적 제재를 가하거나 응보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죄형법정주의라는 형법상의 대원칙에 하나, 둘 예외를 두기 시작하면 결국 국가형벌시스템을 와해시키고 ‘복수시대’로 회귀하자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 무고한 사람들에게 자의적으로 형벌권을 행사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여기엔 사법 불신에 대한 영향도 있는데 국민들의 법 감정과 실제 법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사법부가 보수적으로 판단을 하는 경향도 있고, 불신을 받을 만한 판단들이 소수지만 있어 왔다. 다만 교권이 약화되면서 벌어진 문제는 하루이틀 새 벌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기간 시스템 속에서 굳어져 온 것이다. 특정 개인에게 비난의 화살을 모두 돌리기보다 교권보호법 등을 수정하는데, 시스템을 바꿔나가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본다. 신상털이는 법률적으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또는 명예훼손에 해당될 수 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선 사법기관에서 처벌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고, 수사나 조사에 나설 때도 관련자들에 대한 정보를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본다. 악성민원에 대한 법률적 대처도 분명히 필요하다고 본다. 어느 정도를 악성민원으로 볼지도 어려운 문제다. 자칫 건강한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막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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