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민원 시달린 대전교사 극단적 선택
교보위 개최 요청에도 조치 사항 없어
교육청, 요청여부·사유 등 조사나섰지만
교육계, 교보위 개최 실효성 비판 제기
대전 5년간 연평균 2차례 열리는데 그쳐

23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담임교사 A씨를 추모하는 국화가 창문 틈에 꽂혀있다. 2023.7.23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담임교사 A씨를 추모하는 국화가 창문 틈에 꽂혀있다. 2023.7.23 사진=연합뉴스.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4년간 악성민원에 시달린 대전지역 초등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자 교권보호위원회(이하 교보위)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해당 교사가 과거 학교교보위 개최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제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10일 대전교사노조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숨진 40대 교사 A 씨는 2019년 12월 학부모의 악성민원에 시달리던 중 학교 측에 교보위 개최를 요청했다. 그러나 A 씨의 요청에 대한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지속적으로 고통을 받아왔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대전시교육청은 이와 관련해 당시 교보위 개최 요청이 있었는지 여부와 요청이 있었다면 개최되지 않은 사유 등에 대해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이미 교육계에서는 A 씨의 사례를 두고 교보위 개최에 대한 구조적 문제점과 실효성에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학교교보위는 학교장 또는 교권보호위원장이나 재적위원 1/4 이상이 요청 또는 동의해야 개최할 수 있다.

노조 관계자는 "교보위를 여는 것 자체를 학교에서 반기지 않는다"며 "원만한 해결을 바라는 분위기가 팽배해 동의를 얻어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보위가 열리더라도 학부모에게 내려지는 처분이 강제성을 지니지 않은 데다가 교보위를 학교가 구성하게 되면 전문가가 아닌 학부모들이 참여하게 되는데 용기를 내 개최를 요청하더라도 결과를 쉽게 납득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교보위 개최 시 학부모의 아동학대 신고 등 보복행위가 뒤따를 가능성이 커 교권침해를 당하더라도 개최를 요청하려는 교사는 드물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교사들은 이러한 실태와 관련해 시·도교육청 또는 교육지원청에서 직접 교보위를 운영할 것을 요구해왔다.

이미 2012년부터 각 교육청에서 시·도교보위를 운영 중이지만 실제 개최 사례는 드물다. 권은희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살펴보면 대전에선 2018년 이후 5년간 시·도교보위가 연평균 2차례 열리는 데 그쳤다.

우선 현행 시·도교보위는 학교에서 조정을 이루지 못한 분쟁을 다루는 데다가 분쟁 조정 시 갈등관계에 놓인 학부모·학생과 교사 등 양측의 동의가 모두 필요하다.

또 학교교보위와 마찬가지로 학부모·학생 등에 대한 처분 또는 이행사항에 강제성이 없다. 학교와 시·도교육청의 교보위 모두 개최 요건을 충족하기도 어려운 데다가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실정이다.

대전의 한 교사는 "시·도교보위까지 간 사례를 들은 적이 없어 있는지도 몰랐다"며 "교보위를 개최하기 위한 방식부터 운영 주체, 위원들의 전문성 확보 등 많은 부분들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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