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으로 얼룩진 학교, 이대로 괜찮은가] 中. 교사가 행복한 교실에서 학생인권도 존중된다
교권 추락 사태에 학생 인권 낮춰야 교권 우월해진단 논리 등장
악성민원·업무과중 시달리는 교사들 "체벌권 회복 원하는것 아냐"
전문가들 "지도권리-학생인권 대립 문제 아냐… 교육 환경 개선을"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학생’, ‘학부모’, ‘교사’ 통상 우리는 이 3주체를 교육공동체라고 부른다.
공동체는 상호의무감, 정서적 유대 등을 바탕으로 개인과 공동체 사이 강한 결속력이 존재한다.
하지만 작금의 교육현실은 과연 이들을 공동체라 칭할 수 있을까.
교권 추락 문제가 불거지자 곧바로 언급된 것이 ‘학생인권조례’의 적합성 여부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교사의 권위주의를 낮추고, 학생인권을 높여야만 민주시민교육이 가능하다고 믿었다.
그런데 그 사이 교권 추락 사태가 점화됐고 이제는 다시 학생 인권을 낮춰야 교권이 우월해진다는 논리가 등장했다.
학생인권과 교권을 반비례적 관계로 놓고 보는 극단적 사고는 교육주체 간 편가르기, 차별과 혐오문화를 심화시켰다.
교사의 교권과 학생 인권은 교육현장에서 어느 하나 빠져선 안 될 핵심 가치인데 말이다.
수 많은 교사들은 목 놓아 외친다.
이들은 과거 교사의 권위와 체벌권을 회복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그저 평범하게 수업하고 지도할 권리를 요구한다.
교사가 악성민원이나 과도한 행정업무 등으로 문제학생을 제지하지 못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나머지 아이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교사의 생활지도 부재는 더 자주, 더 심각한 유형의 학교폭력으로 확대될 수 있다. 최악에는 일부 문제학생들로 하여금 학급 전체를 포기해야 하는 현실에 처하게 된다.
올해로 15년차인 김 모 교사는 현장에서 매 순간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마주한다.
그는 "우리는 성인군자가 아니다. 교사이기 전 사람이며 내 감정상태나, 몸 컨디션에 따라 아이들을 대하는 게 다를 수밖에 없다"며 "민원전화에 치이고, 수많은 공문처리에 떠안다 보면 수업과 생활지도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생과 교사가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학교는 이제 이상에 불과하다"며 "현재의 학교엔 교사, 학생, 학부모 각자 입장만 있고 싸움터로 전락한 지 오래"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교사가 처한 환경이 개선돼야만 학생인권도 더욱 존중 받고, 더 나아가 학교폭력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서재영 한남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지도권리’와 ‘학생인권’은 대립의 문제가 아니라 대다수 ‘학생의 학습권’과 ‘학생인권’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어떻게 최대한 보호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그 과정에서 학생인권을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 ‘정당한 학생 생활지도’ 범위를 정하는 일,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을 판단하는 기준을 면밀히 세워가기 위한 노력이 계속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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