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으로 얼룩진 학교, 이대로 괜찮은가] 下. 교권추락, 늦으면 출구가 없다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생활지도 보장하는 ‘교권보호 4법’ 통과됐지만
‘고의·중대한 과실 판단 기준’ 불명확… 아동학대 발생 시 대처 어려울 수 있어
문제학생 분리·휴대전화 압수 등 고시안, 현장 적용 가능한 근본적 대책 必

학부모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교사 A씨의 추모제가 지난 15일 오후 대전시 서구 둔산동 대전시교육청 앞에서 열리고 있다. 2023.9.15 사진=연합뉴스.
학부모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교사 A씨의 추모제가 지난 15일 오후 대전시 서구 둔산동 대전시교육청 앞에서 열리고 있다. 2023.9.15 사진=연합뉴스.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교권 회복을 위해 우선 강조되는 방향은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생활지도’를 보장하는 법과 제도 마련이다.

그 역할을 위임한 국회의 입법 노력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교권 vs 학생인권’ 프레임으로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정치 갈등의 영역에 교권 문제를 끌어들여선 안 된다는 뜻이다.

교권회복을 정쟁의 도구로 삼거나 교사의 교육권이 흔들리면 공교육 기둥도 무너진다. 그런 측면에서 여야의 극한 대치 속 ‘교권보호 4법’이 2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연이은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교사에 대한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와 악성 민원을 대처할 법적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유아교육법’과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교원의 정당한 학생생활지도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신체학대, 정서학대, 방임 등 아동복지법상 금지행위로 보지 않는다’는 예외조항이 각각 포함됐다.

다만 법 개정 이후에도 논쟁거리는 남아 있다.

오는 25일부터 교원을 상대로 아동학대 신고 시 ‘교육감 의견 제출’ 제도가 시행된다. 하지만 조사·수사기관이 의견을 의무 반영해야만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

교원 무혐의나 무죄 결정 시 악의적 신고자에 대한 처벌 강화 법안이 있어야 악성민원이 근본적으로 예방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학생인권을 보호함과 동시에 ‘정당한 학생 생활지도’ 범위를 정하고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을 판단하는 기준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제 아동학대가 발생 시 대처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게 아동단체들과 학계의 주장이다. 교육부가 내놓은 학생생활지도 고시안도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근본적 대책이 요구된다.

교육부는 각급 학교에 문제학생 분리, 휴대전화 압수 등 생활지도 지침을 내렸지만 실제 고시안이 적용되려면 개정심의위원회, 학교운영위원회 등 수 많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학생 분리 절차와 분리 장소, 후속조치 등도 전부 학칙으로 정해야 하는데 그 과정은 상당한 업무 부담과 학내 갈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인력도, 재정도, 책임 소재도 어느 하나 확실한 게 없는 고시안은 그저 종잇장에 불과하다는 게 교사들의 불만이다.

대전의 한 교사는 "학부모는 교사를 불신하고 그런 교사의 무기력 속 학생은 방치되는 비정상적 교육현장의 뿌리를 뽑으려면 사회의 공적시스템이 한층 강화돼야 한다"며 "이미 망가져버린 교실을 계속 방치한다면 더 이상 손 쓸 수 없이 붕괴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오래도록 곪은 종기에 고름이 썩었다면 아프지만 째내고 소독해야한다"며 "교사사망사건도 언젠가 터졌을 고름이었고 이제 상처가 덧나지 않게 치료하고 새 살이 돋게 해야 한다"고 표현했다. <끝>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