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임기 내내 볼썽사나운 모습만 보이다 막을 내린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가 문을 연 지 일주일이 지났다. 마지막까지 타협 없이 극렬하게 대치한 여야 국회의원들에 실망한 많은 국민들은 22대 국회에 작은 기대를 걸었지만 시작부터 또다시 실망이 이어지고 있다. 개원전부터 사사건건 신경전을 벌이던 여야는 결국 첫 임시회부터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주고 말았다. 전반기 국회 2년을 이끌어갈 국회의장을 선출하는 첫 본회의가 결국 의사일정 합의 없이 야당 단독으로 열렸기 때문이다.
전격적인 기조변화를 통한 협치는 아니더라도 ‘혹시나’하고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는 국회의 모습을 기대했던 국민들은 ‘역시나’라며 실망하고 있다. 경제는 점점 어려워지고 해결해야 할 민생 현안은 산적한데 국회는 ‘정치력’을 상실한 모습이다. 상임위원장 배분 등 원 구성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여야의 평행선은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놓고 각기 다른 ‘관례’를 주장하던 여야는 결국 첫 본회의를 야당 단독으로 여는 헌정사상 초유의 ‘반쪽 개원’ 사태를 빚어재고 말았다.
역대 국회는 대부분 원 구성 협상이 늦어지면서 평균 45일이 소요됐고 길게는 80일 넘게 원 구성을 하지 못하기도 했다. 현재의 상황으로 볼 때 이번 국회도 국회법이 정한 시한을 지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법이 정한 시한을 지키지 않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고 있는 것이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법을 지키지 않는 상황이 또다시 반복될 테고 조금이라도 삶이 나아질까 기대를 걸고 투표장으로 향했던 국민들은 또다시 실망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 자명하다.
다수 의석을 차지한 야당은 국회법을 내세워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정부와 함께 국정을 책임져야 할 여당은 힘에 밀릴세라 무조건 ‘보이콧’만 하고 있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고작 반쪽짜리 국회 개원을 보자고 그 많은 예산을 들여 총선을 치르고 세금으로 세비를 주는 것이 아니다. 수적 우위를 앞세워 무조건 몰아붙이는 야당도, 첫 본회의부터 ‘보이콧’하며 회의장 밖에서 규탄 구호를 외치는 여당도 모두 국민이 바라는 모습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