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사각지대, 大田의 모순] ⑤ 대전 농업, 과거의 지는 산업 아닌 미래의 먹거리로 삼아야
유치원·어린이집 1000여개로 체험농장 최적
대덕특구 연계해 대전 전략산업 바이오로 거듭
지자체 주도 정책 발굴로 중앙정부에 역제안해야

대전 유성구 세동의 과수농가. 나무에 레드향이 달려 있다. 사진=함성곤 기자
대전 유성구 세동의 과수농가. 나무에 레드향이 달려 있다. 사진=함성곤 기자

[충청투데이 김중곤·함성곤 기자] 대전(大田), 크고 넓은 밭이라는 지역의 명칭이 희미해지고 있다. 과학수도를 자처하고 꿀잼도시라는 새 명성을 쌓았지만, 지역명의 유래가 된 농업은 뒷전으로 밀린 지 오래다. 대전에도 1만여 농가가 있고 지역 면적의 10분의1에서 경작과 재배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농업 정책이 농촌에 방점이 찍히면서 대전은 국가 귀농통계에도 잡히지 않고 심지어 귀농 정책자금도 받을 수 없다. 지자체도 대전에 정착하려는 예비 농업인에게 구애의 손길을 보내지 않고 있다. 대전의 농민들은 지역의 농업 비전이 정부와 지자체의 무심 속에 빛을 잃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저출산에 광역시도 소멸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귀농은 대전이 미래를 준비하는 또 하나의 열쇠다. 충청투데이는 귀농의 관점에서 대전을 돌아보는 기획 ‘귀농 사각지대, 大田의 모순’을 다섯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농업 전문가들은 대전 농업도 도심 생활기반, 첨단산업과 연계해 미래 먹거리로 부상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선 행정구역상 동지역 농업인이라는 이유로 겪는 차별을 해소하는 데 있어 지자체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말한다.

25일 복수의 농업 전문가에 따르면 대전은 과학도시, 노잼도시 등 이미지에 묻혀 농업은 취약하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도시형 농업의 최적지로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농지와 도심이 근접해 농산물 유통에 편리하고 어린이집·유치원이 1000여개에 달해 주말농장 같은 체험형 농업의 수요가 크다는 분석이 이를 뒷받침한다..

또 면적이 넓은 도 단위와 비교할 때 대규모 농사는 어렵지만, 역으로 예비귀농인 또는 자금이 부족한 청년농 입장에선 농경생활을 익히는 첫 무대로는 적합할 수 있다. 심재헌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는 "접근성과 생활 여건 측면에서 대전 도심이라는 거대 소비시장에 인접해 신선채소 등을 공급하기 최적"이라며 "푸드마일리지를 획기적으로 줄여 기후위기 대응에 기여하고, 지역 식량안보의 보루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순병민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지역 농산물을 우선 구매하는 로컬푸드를 대전의 연구단지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이 ESG경영 실현에도 부합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농업 전문가들은 대덕연구개발특구라는 대전만의 인프라를 바탕으로 농업을 지역의 전략산업과 결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민선 8기 대전시정의 6대 전략산업 중 하나가 바이오인데 농업이 1차산업을 뛰어 넘어 첨단산업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순 교수는 "대전시에서 그린바이오를 육성하려 하는데 바이오 산업의 원재료는 결국 농산물이다"며 "지역 농산물과 바이오 산업을 연계한다면 대전 농가 소득 증진뿐만 아니라 귀농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훈 농협대 경기귀농귀촌대학 지도교수는 "정부출연연구기관, 대학 등R&D가 집적돼 있는 만큼 스마트팜, 바이오농업, 기능성 작물, 그린바이오 테스트베드 등의 연계 가능성이 크다"고 대전 농업의 비전을 판단했다.

공통적으로 전문가들은 대전 농업 발전에 있어 지자체의 역할을 당부했다.

읍·면이 없는 대전은 농업을 해도 농촌은 아니라는 법령상 판단 때문에 정부의 귀농 통계에서 제외되고 정책 자금 등 각종 지원에서도 배제되고 있는데, 이런 차별적 상황을 타개하려면 무엇보다 지자체부터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중앙정부의 변화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지자체가 먼저 지역 실정에 맞는 정책을 펼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중앙정부에 정책 역제안을 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전시 녹지농생명국을 소관으로 하는 대전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의 이효성 위원장(국민의힘, 대덕구1)은 "조례 제·개정으로 예산을 확보한 뒤 통계 정비, 교육, 자금 지원 등 대전 예비농업인을 위한 지원 사업을 할 필요가 있다"고 힘줬다. <끝>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함성곤 기자 sgh08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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