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대학30 프로젝트 유치 사활
정부 정책서 지역대학 역할론 강조
대전·세종·충남, 신규 정책 불모지
존폐 위기 최소화할 ‘결정타’ 필요
글로컬 전멸된 지역 나올 수도 있어
지자체, 대학 권한 이양 준비 끝내야
RISE체계 골든 타임 놓쳐선 안 돼
글로컬 대응할 혁신 방안 보완해야

대학생. 그래픽 김연아 기자.
대학생. 그래픽 김연아 기자.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현 정부 정책에서는 지역대학의 역할론이 크게 강조되고 있다.

지역 사회와 산업, 인재, 자치단체 등을 잇는 중심 허브(Hub)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취지다

이러한 계획이 실제 현장에서 현실화한다면 대학이 지역 소멸 위기를 억제할 선봉장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교육계의 우려는 상당하다. 정부는 ‘자율성’에 방점을 찍고 지역대학과 자치단체에 공을 넘겼다.

그러나 단기간 내 신규 정책이 쏟아지면서 숙의과정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지난 한 해 대학가의 혼란이 가중됐다.

특히 대전과 세종, 충남은 글로컬대학30과 RISE시범지역 등 연이은 사업 탈락으로 신규 정책의 불모지가 된 실정이다.

정부는 올해 고등교육 정책 변화에 대한 드라이브에 더욱 힘을 실을 계획이다.

올해가 지역대학의 중대 분수령으로 꼽히는 이유다.

대학가에서는 앞으로 닥칠 존폐 위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올 한 해 ‘결정타’가 필요하든 목소리가 나온다.<편집자 주>

◆한 수 뒤쳐진 대전·세종·충남

가장 먼저 ‘결정적인 한 방’이 필요한 사안은 정부의 글로컬대학30 프로젝트다.

당장 이달 중 2차년도 사업 공고가 이뤄져 연초부터 선정 절차가 본격화할 예정이다.

해당 사업은 정부의 ‘모든 대학을 살릴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선택과 집중에 따른 전략으로 마련됐으며 각 대학의 혁신 방안(기획서)을 평가해 지원 대학을 선정한다.

사업을 통해 비수도권 30개교(통합 시 1건으로 분류)에 1개교당 1000억원을 지원하며 지난해 첫 사업 추진서 10건(14개교)이 선정됐다.

그러나 지역별로 살펴보면 최종 선정된 10건 중 절반은 영남권 대학, 강원권과 호남권에서 각각 2건, 충청권에서 1건이 이름을 올렸다.

충청권에선 통합을 전제로 혁신기획서를 제출한 충북대·한국교통대가 포함됐다.

충청권을 통틀어 32개교(29건)가 신청했지만 대전과 세종, 충남에선 순천향대 단 한 곳이 예비지정을 넘어섰고 본지정에서 고배를 마셨다.

대학가에서는 해당 사업이 지역과 대학의 위기 대응에도 초점을 맞춘 만큼 지역 안배가 고려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앞으로 총 20건이 추가로 선정될 예정인데, 자칫 글로컬대학이 전무한 지역이 발생할 가능성도 전면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선정된 대학들에 대해서는 정부 출연 연구기관을 연계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등 여러 지원 방안도 추진 중이다.

각 대학과 자치단체들은 막대한 지원 규모로 향후 대학의 존립 여부에도 영향이 예상되는 만큼 사업 준비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앞서 대학 간 통합을 전제로 도전했던 목원대와 배재대는 매월 정기적으로 공동추진위원회를 통해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마찬가지로 통합을 전제로 내세웠던 충남대와 한밭대에선 우선 내부 혁신을 주축으로 혁신기획서를 준비 중이다.

이외 대학들도 지난해 하반기 해외 공동캠퍼스 구축이나 공동교육과정 운영, 리빙랩 등 지역문제 해결에 나서면서 정부가 요구해온 ‘대학 벽 허물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자치단체, 올해 권한 이양 준비 끝내야

각 자치단체는 올 한 해 대학에 대한 행·재정적 권한을 넘겨 받기 위한 준비를 마쳐야 한다.

정부는 내년부터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를 전면 시행해 교육부가 쥐고 있던 권한 중 상당부분을 자치단체로 이양할 계획이다.

RISE는 대학에 대한 지원을 기존 교육부에서 자치단체 주도로 전환, RISE센터를 통해 대학을 지원하는 행정 체계다.

이와 관련 지난해 RISE체계 시범가동을 위한 사업 선정이 이뤄졌고 해당 사업에도 충북을 제외한 대전과 충남, 세종은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정부 지원을 통해 먼저 시행착오를 겪으며 실질적인 준비를 마칠 기회였지만 놓치게 됐다.

다만 각 자치단체들은 저마다 RISE체계 가동을 위한 RISE센터 설립과 운영에 박차를 가한 상태다.

대전에선 테크노파크(TP)가 RISE체계를 위한 센터 운영 주체로 자리매김했고 충북·충남에선 각각 도 산하 연구원이 지정됐다.

대학가에선 현시점이 향후 10년의 향방을 가를 ‘골든타임’인 만큼 RISE체계 준비에 실수가 없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그동안 핵심사업으로 추진됐던 산학연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LINC)과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HiVE), 평생교육체제 지원사업(LiFE),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RIS), 지방대·지방전문대 활성화 지원사업 등도 하나로 통합돼 RISE체계에서 지원이 이뤄진다.

해당 사업들은 대부분 사업 연장의 기회도 남은 데다가 각 대학의 특성화 전략을 중심으로 추진돼왔다.

이 때문에 해당 사업들의 승계 여부를 비롯해 자치단체의 성과·평가 체계 구축, 확장 가능성에 대한 역량 등이 관건으로 꼽힌다.

기존 사업들의 승계나 폐지·축소 여부, 평가 기준 등은 안갯속에 놓인 상태인데, 전면 시행에 앞서 올 한 해 RISE체계 대응을 위한 역량을 끌어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대학가 안팎에서는 만반의 준비를 마치지 못한다면 기존에 추진됐던 사업의 성과까지 ‘도루묵’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함께 각 자치단체별 RISE체계로 인해 그동안 광역단위로 추진된 사업의 범위가 축소될 수 있다는 점과 성과 관리의 전문성, 정치적인 측면에서의 영향력 등 여러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준비 과정에선 이러한 대학가의 우려를 해소할 거버넌스 구축과 소통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각 대학들도 RISE체계를 통합 사업 통합과 글로컬대학 대응을 위한 혁신 방안 마련을 두고 내부 조직과 기존 평가에 대응했던 성과 관리 체계, 중장기 발전계획 등의 수정·보완이 불가피한 상태다.

대전 A대학 기획처장은 “각 대학들의 입장에서도 납득할만한 수준의 거버넌스, 소통 기구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며 “국립대 위주, 일반대 위주 등 사업이 특정 유형에 치우칠 가능성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 내 대학들이 상생할 수 있는 구도로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정부의 정책 취지만 놓고 본다면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지점들이 맞다”며 “다만 그런 취지가 지역과 현장에서 실제로 빛을 발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 한 해 글로컬대학과 RISE체계 등 여러 사업 준비로 인해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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