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전 설명도 못 듣고서 수술 진행
보호자 “의사가 악술 펼치는 것 같아”
80대 A씨 구급대 지연 이송에 사망

▲ 정부 의대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하는 전공의 단체행동이 일주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26일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이경찬 기자 chan8536@cctoday.co.kr

[충청투데이 함성곤 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시작된 지 일주일이 지난 가운데 병원을 찾은 환자들의 불안감과 공포가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정부와 의사계의 ‘강대강’ 대치 속에 환자들은 ‘새우 등’ 터진다며 발만 동동 구르는 실정이다.

26일 지역의 한 대학병원에서는 이 같은 환자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

이날 만난 환자들은 간단한 피검사도 지연되거나 수술 전 주치의에게 진행 상황을 듣지 못하고 수술이 진행되는 등 의료대란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이 입는다고 호소했다.

자녀의 디스크 수술로 인해 병원에 방문한 60대 부부는 "자녀의 수술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제대로 전달 받지 못한 채로 수술이 진행됐다"며 "이런 마당에 원활한 수술이 이뤄질지 의문"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전에 거주하는 노부를 위해 미국에서 건너온 또 다른 60대 부부도 "환자의 생명에 피해가 없게 대책을 세워 놓고 지혜롭게 정부와 정책을 조율하는 것이 배운 사람의 몫"이라며 "지금 상황은 ‘의술’을 배운 사람들이 ‘악술’을 펼치고 있는 것 같다"며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 상황은 마치 의사들이 환자 생명을 걸고 정부와 베팅을 하고 있는 모습처럼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전공의 수련을 위해 병원으로 와야 할 신규 인턴들이 임용을 포기하거나 의대생들의 휴학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대전에서는 충남대 병원 신규 인턴 66명 중 60명이 임용을 포기했고, 대전을지대 의대생 252명 중 249명이 휴학계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지역에서 발생한 응급 환자 중 전공의의 부재로 진료 가능한 응급실을 찾기 위해 타 병원으로 발걸음을 돌린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대전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의료 대란으로 인한 구급대 지연 이송 건수는 모두 23건으로 파악됐다.

지난 23일 심정지 상태로 구급차에 실려간 80대 여성 A씨는 병원 7곳에서 수용 불가 통보로 53분이 지나서야 대전 한 대학병원에 도착했지만 결국 사망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병원에서 근무하는 한 간병인은 "인력이 부족해 간호사와 교수들이 힘들어하는 게 눈에 보여 안쓰럽다"며 "지금 간병을 맡은 환자도 수술이 지연됐다는 소식에 온 가족이 마음 졸이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함성곤 기자 sgh08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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