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반발 집단행동 장기화 조짐
환자·보호자 물론 주민들 시선 ‘냉담’
여론지지 못받아… 집단이기주의 비판
화물연대 자진철회 반면교사 삼아야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이 20일 오전 청주 충북대병원 응급실에 들어가고 있다. 이들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이 병원에서 현장점검을 벌이고 104명의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2024.2.20 사진=연합뉴스.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이 20일 오전 청주 충북대병원 응급실에 들어가고 있다. 이들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이 병원에서 현장점검을 벌이고 104명의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2024.2.20 사진=연합뉴스. 

[충청투데이 김동진 기자] "만일 자신들의 가족이 생사를 다투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어도 가운을 벗어던지고 병원을 떠날 수 있겠는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 단체행동에 나선 의사들을 바라보는 환자와 보호자는 물론 일반 주민들의 시선은 냉담하기만 하다.

십분 이해해 의사들의 입장을 헤아린다 해도 환자들의 생명보다 우선하는 명분은 있을 수 없을 만큼 집단이기주의이자 선민의식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자초하는 배경이다.

이들은 △필수의료 패키지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계획 백지화 △전공의를 겁박하는 부당 명령 전면 철회 및 사과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강제 과학적인 의사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 설치·협의 △수련병원의 전문의 인력 확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 대책 △주 80시간에 달하는 열악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등 7개 요구사항을 내세우고 있다.

이들의 요구만 들어보면 정부가 아무런 대책도 없이 의대 정원 확대만 밀어붙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면을 보면 의료 정원 확대 문제를 놓고 정부와 어떤 타협도 하지 않겠다는 속내가 드러난다.

의대 정원 확대 인원이 현실적으로 많다면 충분한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합의점을 도출해내면 되고, 의사 수급체계 조정 문제도 과학적 데이터를 추출해 효과적인 의사 인력 수급 추계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이미 나와 있다.

수련병원 전문의 확대 요구 역시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과 건강보험 진료수가 인상 등 대안을 검토중이며, 의대 정원 확대도 이를 위한 대책에서 비롯됐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 문제는 환자단체들의 반발에도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추진하는 등 오히려 정부가 적극적이다.

그럼에도 자신들의 요구만 앞세워 환자들의 절박한 사정을 외면한 채 집단행동에 참여하는 것은 이해할 수도, 동의할 수도 없다는 게 대체적인 민심이다.

무엇보다 어떤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절대 침범하거나 볼모로 삼아선 안되는 것이 생명이라는 점에서 의사들의 단체행동은 어떤 시각으로도 용납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크다.

2000년 의약분업 과정에서, 2014년 원격의료와 의료법인 영리화 추진 과정에서, 2020년 의대 정원 확대 추진 과정에서 의사들의 ‘떼법’에 정부가 손을 든 것은 의사들의 주장이 합당해서가 아니라 환자들의 피해와 불이익을 염려해서다.

더욱이 의대 정원 확대로 공급되는 의사 인력이 현장에 투입되려면 10년 정도의 시간이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민과 의사들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선진적인 의료체계 구축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던 2022년말 화물연대의 파업이 아무 것도 얻지 못한 채 보름만에 사실상 ‘백기투항’한 것도 민심은 물론 내부적으로 절대적 지지를 얻지 못하면서 오히려 비판만 자초했던 사실을 대입해보라는 충고도 제기된다.

수많은 환자들과 국민들을 끝내 외면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와 희망을 버리지 않는 이유는 ‘나는 내 일생 동안 나의 의술을 순수하고 경건하게 펼쳐나가겠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와, ‘어떤 위협이 닥칠지라도 나의 의학 지식을 인륜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다’는 제네바 선언은 단순한 선언적 의미가 아닌, 의사들이 가슴에 새겨 실천하겠다는 서약으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김동진 선임기자 ccj17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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