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의료공백 현실화… 지역 대학병원 현장가보니
건양대병원 전공의 99명 사직서 제출
내원객 “사람 목숨 놓고 책임감 없어”
병원, 전공의 부재에 추후 내원 요청
의대증원 관련 필수의료 지원 목소리도
[충청투데이 서유빈 기자] "90세가 넘는 어머니가 응급 시술을 받고 입원 중인데 검사할 의사가 없다고 집에 가라 합니다. 분통이 터지네요."
20일 오전 건양대병원은 외래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은 내원객과 바쁘게 뛰어다니는 병원 관계자들로 어수선했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건양대병원의 경우 전공의 122명 가운데 99명이 사직서를 내고 대다수가 근무에 임하지 않았다.
이런 소식을 접하고 병원에 온 내원객들은 적지 않은 불안감을 내비쳤다.
접수대 앞에서 대기하던 60대 A씨는 "암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고 오늘 검사하려고 병원에 왔다"며 "원래 내달 초로 수술 날짜를 잡아준다고 했는데 혹시 일정이 밀릴까 봐 걱정이다. 사람 목숨을 놓고서 의사들의 책임감이 없다고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같은 시간 담낭 결석으로 응급 조형술을 받은 후 입원해 검사를 기다리던 90대 B씨의 가족은 급히 병원을 나서고 있었다.
전공의의 부재로 검사가 어려워 일단 귀가 후 내주 중 다시 내원하라는 병원의 측의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다.
B씨의 아들은 "의사가 없다고 집에 갔다가 다음 주 월요일에 와서 검사를 하라는 얘기를 듣고 짐을 챙겨서 나왔다"며 "병원 방침이라니까 어쩔 수 없지만 상황이 비슷한 다른 환자들도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로 지역 대학·종합병원마다 비상진료체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전공의들이 필수적인 수술·검사 등이 일부 지연되는 등 일선 병원의 혼란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와 관련해 병원도 전공의들의 부재로 인한 의료공백 사태를 최소화하기 위해 분주하다.
건양대병원 관계자는 "모든 진료과의 전문의와 전임의들이 입원 환자와 외래 환자들을 보고 응급수술을 시행하고 있다"며 "전공의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최대한의 계획을 잡고 정상 운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내원객들 사이에서는 의대 증원과 관련해 소아과와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의사 유입을 위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4살 딸의 소아과 진료를 보러 병원을 찾은 30대 C씨는 "동네 소아과는 오전부터 오후 진료까지 마감될 정도로 진료 보기가 힘들다"며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라도 국가에서 진료비를 지원하는 등 의사들이 소아과를 희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유빈 기자 syb@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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