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 현장 반응 ‘냉소’
수술실 간호사가 전공의 업무 대신 수행
보건의료노조 “병원 노동자 피해 심각”
[충청투데이 함성곤 기자]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며 병원을 떠난 지 열흘 가까이 지난 가운데 현장에 남은 의료진 사이에서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호소가 나온다.
특히 전공의들이 빠진 자리를 채우고 있는 수술실 간호사 등의 업무 부담이 나날이 무거워지고 있다.
앞서 의사 단체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7일부터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을 실시해 의료공백을 메꾸고 있는 간호사들을 법적으로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전공의 업무를 대신하는 간호사를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조치지만, 현장에선 냉소적인 반응이 감지되고 있다.
암암리에 시행하고 있던 PA(Physician Assistant) 업무를 당연하게 시키겠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전지역 한 2차병원에 근무 중인 간호사 A씨는 "수술 보조를 보기만 했지 어떻게 하는지 가르쳐준 사람은 없는데 앞으로 수술 어시스트를 하게 됐다"며 "본래 업무 외에 해보지 못한 다른 일도 맡아야 하니 심적으로 부담이 상당하다"고 토로했다.A씨가 근무하는 병원의 경우 3차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이 2차 종합병원으로 몰리면서 PA 간호사들에게 전공의 역할을 수행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술실 간호사’로 불리는 PA 간호사는 수술이나 검사, 응급상황 등에서 의사를 지원하는 인력이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의료대란으로 인해 전공의들이 하던 업무까지 수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진 실정이다.
국내 의료법상 PA 간호사는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지만 의사 인력이 부족한 많은 병원에서 PA 간호사가 의사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의료 현장 일선에서 근무하는 PA간호사들은 합법과 위법의 경계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며 한숨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다른 2차병원에서 근무 중인 간호사 B씨는 "전공의가 떠난 이후 간호사가 수술 어시스트를 하고 응급 수술 환자를 케어하는 등 업무가 2배 이상 늘었다"며 "안 그래도 부족한 PA 간호사들은 많은 일거리에 허덕이고 있고 일반 간호사들까지 의사 일을 떠맡아 불법 의료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한편 대전충남 보건의료노조는 28일 기자회견에서 정부와 전공의의 평행선 같은 싸움으로 환자와 국민, 간호사 뿐 아니라 모든 병원 노동자의 피해가 심각해진다며 전공의들에게 돌아올 것을 요청했다.
함성곤 기자 sgh08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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