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단체와 동료교사 등 700명 이상 운집
"남은 자의 몫 준엄하게 받아들이겠다" 성토

대전교사노조 등 교원단체와 교사들이 15일 대전시교육청 옆 도로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대전 초등교사의 추모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선교 기자
대전교사노조 등 교원단체와 교사들이 15일 대전시교육청 옆 도로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대전 초등교사의 추모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선교 기자
설동호 대전육감이 15일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 초등교사의 추모제에서 추도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조선교 기자
설동호 대전육감이 15일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 초등교사의 추모제에서 추도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조선교 기자
15일 대전 초등교사의 추모제 참석한 교사 등이 설동호 대전교육감의 추도사가 시작되자 등을 돌리고 않은 모습. 사진=조선교 기자
15일 대전 초등교사의 추모제 참석한 교사 등이 설동호 대전교육감의 추도사가 시작되자 등을 돌리고 않은 모습. 사진=조선교 기자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남은 우리들이라도 아이들에게 배움의 즐거움을 일깨우는 교사가 아동학대범으로 몰리지 않도록, 성장의 순간마다 아낌 없는 조력자가 되기를 바라는 우리가 민원서비스 직원로 전락하지 않도록 교실을 바로 세우겠습니다.”

4년간 악성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대전지역 초등교사의 추모제가 15일 대전시교육청 옆 대로에서 개최됐다.

대전교사노조와 대전교원단체총연합회, 전교조 대전지부, 전국초등교사노조, 대전실천교육교사모임 등 교원단체를 비롯해 고인의 동료·지역 교사와 제자, 시민 등 최소 1000명 이상이 빗속에서 운집했다.

묵념으로 시작된 추모제는 추도사 낭독과 고인을 기리기 위한 합창, 헌화 등 순으로 이뤄졌다.

교원단체들은 공동 추도사를 통해 “우리는 모두 교사의 인권은 없는 교실에서 문제 학생들의 위기와 마주하고 악성 민원인들의 폭언을 견디며 끊임없이 전가되는 책임에 짓눌려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무너지는 교권 현실 속에서도 관리자나 교육당국으로부터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책임만 막중할 뿐 권한은 없는 교사에게 좋은 선생님은 그저 꿈같은 상상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좋은 선생님을 꿈꿨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교사들은 “남은 자의 몫을 준엄하고 귀하게 받아들이겠다”며 “마지막까지도 좋은 선생님이고 싶었던 고인의 꿈을 남은 우리가 이루고자 한다”고 전했다.

특히 이들은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을 개정해 생활지도가 가능한 교실을 만들겠다”며 “교육활동 침해행위 학생의 분리지도와 악성민원 방지방안을 법제화해 배움과 성장이 최우선인 교실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설동호 대전교육감도 추모제 현장을 찾아 추도사를 남겼지만 환영받지 못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단상에서 내려올 것을 요구하며 성토했고 4분 남짓 진행된 설 교육감의 추도문 낭독에 등을 돌려 앉았다.

설 교육감은 “우리 교육청은 고인이 된 선생님이 겪었을 어려움과 고통을 한마음로 통감하며 애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교육감으로서 선생님께 홀로 어렵고 힘든 시간을 보내는 동안 이러한 학교 현장의 상황을 일찍 파악해 바로잡지 못해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선생님들이 안정적으로 교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교육청으로 거듭나겠다”며 “법적,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 선생님들이 모든 어려움을 홀로 감당하지 않도록 든든한 동반자로 곁에 있겠다”고 덧붙였다.

고인의 동료교사들과 유가족도 단상에 올랐고, 고인의 동생이 추도사를 마무리하자 곳곳에서 곡소리가 퍼졌다.

고인의 동생은 “이제 남겨진 가족들은 두 번 다시 누나를 만날 수 없고 오직 그리워 할 수밖에 없어 조카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는 듯 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으로 돌아가야만 하지만, 그전에 누나와 우리 가족이 넘어진 길을 되돌아봐야 한다”며 “혹여나 같은 길을 걷게 될 분들이 넘어지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악성민원이 시작될 당시 고인의 동료였던 한 교사는 “왜 학교교권보호위원회는 열어주지 않고 고소 학부모의 학폭위는 열어준 것이냐”며 “고인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교실을 바로 세울 수 있도록 목 놓아 부르짖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날 현장에 참석한 대전초등교장협의회는 “선배교사로서 힘든 일을 함께하지 못하고, 예견된 일을 막지 못해 미안하다”며 “교사의 노력이 부당한 외부압력과 민원에 흘리지 않도록, 교사 홀로 학부모의 민원과 항의 등을 받는 부담이 없도록 학교장이 앞장서서 보호하고 대응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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