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대전교사노동조합 정책실장

새해가 되면 다사다난했던 지난해는 기억 속에 묻어두고, 더 나은 올해를 기대하며 새로운 마음과 다짐으로 시작한다.

필자 역시 새로운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해 보려 하지만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하는 것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2023년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는 문장이 있다.

‘선생님은 가르치고 싶다. 학생은 배우고 싶다.’

2023년, 수십만 교사가 외쳤던 구호이자 여전히 소망으로 남아있는 문장이다.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교권 회복 움직임은 11차례의 대규모 집회와 교권 4법 개정, 생활지도 고시 마련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무엇보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교실 상황과 교사의 현 위치를 온 국민에게 알린 계기가 됐다. 그럼 이제 선생님은 가르칠 수 있고, 학생은 배울 수 있게 됐을까?

안타깝지만 ‘아직 멀었다’고 감히 단언한다. 학교 현장의 교권 침해는 여전하고, 교사들의 사기는 끝 모를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2023년이 교권 회복,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눈을 뜬 해였다면 2024년은 한 발짝 내딛는 한 해가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현장 교사와의 소통’이 선행돼야 한다. 이미 수차례 이야기해 왔던 터라 이제는 무용한 외침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이것이 선행되지 않으면 모두 헛수고일 뿐이라 되짚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의 소통은 Top-down 방식으로 진행됐다. 교육청에서 사업이 내려오면 학교는 그 사업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사업의 목적과 방향, 교육적 효과를 논하는 것은 현실에서는 가당치도 않은 불필요한 과정일 뿐이다. 지금의 늘봄 학교가 그렇고, 앞으로 들어올 에듀테크, AI 디지털 교육 사업이 그렇다.

이제 Bottom-up 방식으로 현장의 목소리에 따라 교육 사업과 정책이 추진되고 결정돼야 한다. 교육청은 사업을 하달하고 지시하는 역할이 아닌 학교를 지원하는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학교 관리자는 학교 운영에 부담이 되는 사업을 과감히 걷어내야 한다. 현장 선생님은 개선해야 할 점에 대해 용기 내 의견을 피력해야 한다. 선심성, 면피성 소통 창구가 아닌 진심이 전제된 소통의 장 마련과 인식 개선이 시급히 필요하다.

다음으로 교사가 본질업무인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그동안 학교 공간과 시설이 개선 됐고, 다양한 수업 방식과 교육과정이 마련됐다. 하지만 교사가 가르칠 수 있는 여건은 퇴화했다. 업무 자체가 과중한 것도 문제지만 교사가 하지 않아도 되는 업무를 처리하느라 학생들에게 집중하지 못할 때 느끼는 상실감과 자괴감에 가르칠 용기를 잃어가고 있다. 올해 대전시교육청에서 학교통합지원센터를 만들어 행정업무를 경감 하겠다고 하는데 그동안 교사들이 선의와 관행에 의해서 짊어졌던 행정업무가 얼마나 경감될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때로는 교권 회복이 교사와 학생, 학부모, 관리자가 서로 대립하는 구도로 비추어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교권 회복’의 과정은 교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 모두 함께 행복한 교육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우리의 외침이 ‘선생님은 가르치고, 학생은 배운다’가 될 수 있도록 2024년이 교권 회복을 위한 첫 발걸음을 떼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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