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계룡문고를 찾은 몇몇 손님이 책을 구경하고 있는 모습. 사진=조정민 기자
계룡문고를 찾은 몇몇 손님이 책을 구경하고 있는 모습. 사진=조정민 기자

과거 학생과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참고서와 소설을 탐독하던 대전의 지역서점들이 소멸 위기에 놓였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최근 발간한 한국서점편람을 보면 2013년 167곳이던 대전 지역서점은 지난해 106곳으로 10년 사이 36.5%가 감소했다. 대전은 같은 기간 6대 광역시 지역서점 감소율과 비교해도 울산(37.2%) 다음으로 가장 높은 감소세를 보였다. 대전 지역서점은 20년 전인 2003년과 비교하면 무려 2배가 넘는 134곳이 문을 닫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서점들이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지만 대전시는 올해 지역서점 활성화를 돕는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갈수록 줄어가는 지역서점 이용률을 높이려고 2019년 10월 지역서점 활성화 조례를 재정했다. 이후 2021년 1억원, 2022년 4억원, 지난해 1억 3000만원을 지원했으나, 올해 갑작스레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지역서점 활성화 사업으로 지역서점에서 진행하는 문화행사, 책 배치 등 서점 운영 컨설팅과 문화공간 지원을 꼽을 수 있다.

지역서점이 소멸위기를 겪는 사이 최근 70년 향토서점 마지막 보루인 대전 계룡문고의 폐업 위기 소식이 전해져 지역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계룡문고는 시민주주를 모집해 경영 위기 극복에 나서려 했으나, 지난달 시민주 공모 시작 이틀 만에 제도적 문제로 발목이 잡힌 상태다. 현행법상 50인 이상의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시민주를 모집하려면 금융감독원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지역서점은 그 존재만으로도 상징성과 함께 지역의 대표 문화적 공간으로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광주시 등 타 지자체의 경우 지역서점을 지켜내기 위해 기초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지원 조례를 만들고 경영 개선과 컨설팅을 지원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독립서점들이 모인 군산의 경우 관광객 사이 서점 투어가 유행할 정도로 지역 대표 명소가 됐다. 지역서점의 명맥이 오래도록 이어지기 위해선 지역사회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지자체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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