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시와 별다른 일 없던 날이었다. 병원에서 전화가 울리기 전까지는…."어머니가 골절이 있으셨나요?" 조현병이 심해진 것 같아 찾은 병원에서 치매를 이야기해서 검사를 하고자 입원한 엄마의 병원 간호사 선생님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당뇨와 조현병 때문에 통증을 덜 느끼고,정확한 인지를 하지 못해서 골절이 방치되었던 거였다. 양쪽 발목을 수술을 해야 했고 수술 후 누워만 있어야 하는 엄마 옆에는 보호자가 필요했다.나는 갑자기 엄마의 보호자가 되었다. 엄마는 보호자로 온 엄마의 둘째 딸인 나를 처음 보는 남인 양 굴었다.12년 전, 엄마가
올해 나이 29, 어느덧 20대의 끝이 내게 다가왔다.나는 스스로 내가 꽤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한 번 제대로 마음먹으면 끝까지 가봐야 하는 불도저 같은 성격 때문인지 나의 20대는 도전과 실패, 사랑과 이별 등 많은 일들로 가득 찼고,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들, 때로는 슬프고 힘겨웠던 시간들이 이제는 모두 내 성장의 밑거름이 되어, 열정적이었던 20대의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하지만 20대의 끝자락에서 지금까지의 나의 삶을 되돌아보니, 나는 학생 임희라, 직장인 임희라로서만 열심히 살아왔었을 뿐 진짜 "임희라로서의 삶
4월 둘째 주의 효 사자성어는 의문지망(倚門之望)입니다.'문에 기대어 바라보다'라는 뜻의 의문지망은 전한시대 유향이라는 사람이 전국시대 활약한 사람들의 일화를 모은 '전국책(戰國策)'에서 유래한 말입니다.'의문지망'은 예전 주나라 시대에 마을마다 세운 문에 기대어 자식이 돌아올 때를 기다렸다는 이야기로 제나라 왕손가(王孫賈)라는 사람의 어머니가 그 주인공입니다. 왕을 수행하던 왕손가가 섬기던 민왕이 살해되고 집으로 혼자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이때 어머니는 아래와 같이 이야기했습니다.네가 아침에 나갔다가 늦게 들어오면 나는 항상 문간
[충청투데이 충청투데이] 나는 지난해 '지역사회복지와 실천'이라는 강의를 수강했다. 이 강의는 지역사회에 계신 독거노인분들에게 텔레케어와 직접 만든 방문 프로그램을 현장에 나가 진행해볼 수 있는 실습과목이다.첫 한 달 동안은 어르신과의 라포 형성을 위해 서로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매주 텔레케어를 진행했다. 독거노인 어르신을 위한 방문 프로그램도 제작하고 교수님에게 피드백을 받으며 준비를 해나갔다.첫 방문 날이 되었고 어르신을 만나 서로에게 질문하며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첫 만남이라 걱정했던 우려와는 다르게 손자, 손녀를 대하듯
[충청투데이 충청투데이] 2년여에 걸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행과 재택근무, 여러 실외활동과 모임의 제한으로 인해 우울증과 불안증세를 겪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 부모님들은 이 난관을 어떻게 견뎌내고 있을까. 각종 세파를 겪으며 평생 살아온 그들에게 이 흉악한 바이러스는 몸과 마음을, 그리고 자존감을 서서히 조금씩 갉아먹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나의 엄마 역시 그렇다. 간호사라는 고된 직업에 새로운 병원으로 이직한 지 이제 겨우 6개월, 이런저런 사람들과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는 건 육십넷의 나이에 그리 녹록한
[충청투데이 충청투데이] 우린 막상 효(孝)가 무엇인지 말하려고 하면 명확히 말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효행에 관한 이야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지난 2월 중순경에 효 문화신문 명예 기자단원이 되면서 '한국 효 문화진흥원'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진흥원은 지역뿐만 아니라, 대전 시민 모두에게 많은 문화 혜택을 전해 주고 있다. 문화진흥원에는 효 문화체험관, 효 문화교육관, 교육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동들이 실제 체험도 해 볼 수 있도록 준비가 잘 되어 있다.당시 '가족사랑 좌우명' 이벤트가 진행 중에 있
[충청투데이 충청투데이] 할머니는 꽃을 좋아했다. 허리가 굽은 뒤에도 계절마다 꽃씨를 심고 모종을 키웠다. 그래서 봄이면 화단 가장자리를 따라 노란 팬지와 분홍 데이지가 꼬마병정처럼 도열했다. 장마가 끝나면 언제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웠는지 분꽃, 봉숭아, 채송화, 백일홍이 여름 내내 꽃을 피웠다. 가을에 보라색 과꽃이 만발할 때쯤이면 누렇게 익은 수세미 열매를 거뒀다. 해마다 철마다 화단을 가꿨던 할머니 덕분에 나는 계절이 오고 감을 꽃이 피고 지는 것으로 배웠다.할머니는 목련꽃이 만개하기를 가장 기다렸다. 아무리 매운 추위도 보
[충청투데이 충청투데이] 3월 넷째 주의 효 사자성어는 은불위친(隱不違親)입니다.'속세를 떠나 숨어사는 와중에도 어버이를 생각하길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뜻의 은불위친은 중국 송나라 시대에 쓰여진 후한서의 열전 중 '곽부허열전'에서 유래한 말입니다.'은불위친'은 한나라 사람이며 당시의 명사 '팔고(八顧)' 중 하나였던, 곽태의 이야기로 문무서화에 능했던 그는 어려서 아버지를 잃었습니다. 한나라 환제 당시에 도덕을 갖추고 있다는 세간의 평가를 받고 조정에서 벼슬을 주겠다며 그를 불렀지만 어머니의 병환을 이유로 사양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충청투데이 진나연 기자] 한국효문화진흥원은 2021년 설날을 맞아 '孝 사자성어 그림 색칠하기' 비대면 행사를 최근 진행했다.한국효문화진흥원에서 지난 1월 초 발행한 '사자성어로 배우는 효문화'책자 중 양지지효(養志之孝), 출고반면(出告反面), 노이불원(勞而不怨) 총 3가지의 효(孝) 사자성어에 색칠하면서 효의 의미와 가족사랑의 소중함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이번 행사는 지난 2월 10일부터 22일까지 공모했다. 총 61명이 참가하고, 그 중 30명을 선정해 온누리 상품권을 지급했다.문용훈 한국효문화진흥원장은 "요즘 같은
[충청투데이 충청투데이] 초려 이유태는 17세기의 대표적인 유학자이며 산림의 한 사람입니다. 그는『기행봉사』에서 다양한 예를 들어 부모공경, 자녀사랑, 가족사랑과 조상존숭, 이웃사랑, 나아가서는 나라사랑에 대한 의견을 저술했습니다.또, 『사서답문·논어』를 통해 자손에게 보여주려고 했거나 본인이 피력하고자 한 '孝'는 결론적으로 인간의 천성 중 '仁'의 발현에 효가 있고, 사람마다 효를 발현하는 다른 방식이 있지만 그 시작으로 수신(修身)을 강조하였습니다. 이러한 견해를 보면 그는 호서지방의 정통 성리학자이지만 실천적인 성향을 보여주
[충청투데이 충청투데이]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은 우리에게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마스크는 필수 생필품이 됐으며 어딜 가도 손 소독제와 체온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비대면이 생활 속에 스며들면서 직접 만남을 갖는 것보다 전화 통화와 메시지로 안부를 주고받는 게 당연해졌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이런 영상통화 기능을 적절하게 이용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아니었다. 얼굴을 보고 싶다면 직접 만나서 대화하면 된다고 생각했기에 굳이 영상통화 서비스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직접 만나는 것
[충청투데이 충청투데이] 올겨울에 내린 눈과 매서운 바람이 무색하게 날씨가 풀린 어느 날이었다. 나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유명한 매운탕 집을 방문했다. 맛있게 먹다 보니 몸은 금세 후끈후끈해졌다. 할아버지와 나는 열기를 식히기 위해 식사를 마치고 식당 밖으로 나왔다.낮은 '벌써 봄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따뜻했지만, 밤은 아직 쌀쌀했다. 식당이 호수 근처에 있어서인지 바람은 더 차가웠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다시 식당 안으로 들어가셔서 커피를 마시고, 나는 안보다는 밖이 나아서 호수를 둘러보며 식당
[충청투데이 충청투데이] 아래층에 사는 지인이 자식을 군(軍)에 보냈다. 이십여 년을 애지중지 키워 국토방위를 위해 국가에 헌신 봉사하고 오라 군에 보냈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그도 마음 한구석은 허전했으리라. 그런데 그런 티를 내지 않았다. 이웃을 만나면 아들이 군 생활을 잘하고 있어 든든하다는 말을 자주 들려주었다. 듣는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며칠 전에는 아들한테서 전화가 아닌 편지가 왔다고 편지를 내놓았다."어머니, 아버지, 저는 군대 생활을 하면서 그리움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인내를…. 또 가족에 대한 소중함과
칭찬이 중요하다고는 알고 있으면서도 칭찬을 잘하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더구나 칭찬을 잘 받는 사람은 더욱 찾기 어렵다.캐나다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브라이언 트레이시(Braian Tracy)는 그의 책 '성취심리'에서 다른 사람을 위해 줄 수 있는 가장 친절하고 값진 선물은 '나는 당신을 믿는다', ‘나는 당신이 할 수 있다고 믿는다’라는 한마디 말이라고 했다. 칭찬을 하면 참 신기한 일이 일어난다. 돈 들이지 않고 베푸는 것이고 사람의 마음을 긍정적으로 만들어 준다.칭찬은 '바보를 천재로 만든다는 말과 칭찬이 좋다는 말은 모
어머니는 허리 굽혀 밥을 하실 때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솥뚜껑을 열며 늘 말씀하셨다. "밥이 참 맛있게 잘 되었다" 하루 삼시 세끼 꼬박 식구들을 위해 밥을 지었으니 그 실력이라면 유명 식당주인 못지않으련만 그 말씀은 늘 습관처럼 하신다.어디 그뿐이랴. 산이고 들이며 지천에 자라는 이름도 모를 나물을 뜯어다 씻고 데치고 무치며 가족들의 배를 채우고 남은 것은 울안에 키우던 짐승들에게까지 알뜰하게 담아주시며 말씀하셨다. "맛나게 먹고 쑥쑥 커라" 한낱 미물인 짐승도 안주인의 손끝에 묻어난 정에 요즘은 흔한 동물병원이 없어도 토실토실 건
최근에 보게 된 영화가 있다. 그 영화는 '아무르'라는 영화다. 영화의 내용은 노부부의 행복한 삶이 갑자기 찾아온 아내의 병에 의해 바뀌게 되고 남편은 자신의 마음과 달리 매일 병세가 악화되는 아내를 돌보는 내용이다. 이렇게 내용만 보면 로맨스이지만 이야기와 이야기 속 자녀의 모습을 보게 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부모님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내가 생각한 것에 대한 얘기를 하려고 한다.영화 속 부부의 자식들은 바쁘다는 이유로 부모님을 잘 찾지 않다가 엄마가 아프기 시작해서야 자주 찾아오며 걱정을 하기 시작한다. 이는
취직을 위한 면접시험의 단골 질문 중 하나는 '상사와 의견이 다른 경우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고 한다. 직장 내 상하 간 갈등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다. 이러한 갈등은 직장 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예년이라면 추석을 맞아 제수 음식 마련이나 친지들을 맞이할 준비로 분주했을 테지만, 올해는 코로나19 관련으로 고향을 찾지 않는 사람들이 늘면서 세대 간 갈등이 겉으로 드러나고 있다. 젊은 세대는 모였을 때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것을 걱정하고, 부모 세대는 명절에 모이기 싫어 코로나19라는 핑계로
엄마! 요즘은 노인정에도 잘 못 나가고 심심할 텐데, 어떻게 지내? 라는 안부 인사에 엄마는 '트로트 프로그램 보면서 지낸다'라고 말한다. '엄마! 어떤 노래 좋아해? 나는 ○○노래 좋아하는데….’불과 1년여 전만 해도 아침 드라마 보고 저녁 드라마 보는 것이 즐거움이라고 말했던 엄마의 즐거움이 올해는 하나 더 늘어났다.코로나19로 인해 노인정 출입도 제한되고 소통할 공간이 없는 상황에서 트로트 장르의 음악 프로그램이 그나마 부모님께는 위로가 되고 기쁨이 되고 있다. 트로트 열풍은 부모님 세대뿐 아니라 10대와 유아에 이르기까지 모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일은 가족과의 이별이다.내가 나이 들면서 부모님 연세도 함께 많아진다는 부담스러운 사실을 알게 된다.늦은 결혼 후 세 아이를 키우면서 나름 내 삶을 열심히 살아내느라 아등바등하던 어느 날, 문득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너무나 작아진 부모님 모습이었다.굵은 주름이 자글자글하고 등이 약간 굽어진 부쩍 마른 모습에 심장이 쿵 했다.내 어린 세 자식들 키우느라 늘어난 생활비 때문에 친정 부모님께 드리는 것을 망설였던 부끄러운 순간도 있었다.겨울과 봄 사이, 가을과 겨울 사이 늘어난 부고장을 보면 가슴이 동동 뛴다. 곧
20살이 되면 성인이라고 부른다. 과연 나이가 사람을 어른으로 만들까?내가 어른이 되기 시작한 건 엄마가 처음 조현병을 진단받았던 22살 그 날이었다. 보호자가 와야만 집에 보내주겠다는 말에 대학생인 나에게 연락했던 엄마. 엄마의 힘없는 목소리를 듣고도 ‘엄마의 보호자는 아빠 아냐?’ 하면서 그 전화가 귀찮았던 22살의 나. 별생각 없이 도착했던 응급실에서 의사가 하나하나 설명할 때마다 머리는 새하얗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고, 심장은 쿵 하고 내려앉았다.엄마에게 조현병이 있다고 말하기까지, 내가 스스로 수용할 수 있을 때까지 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