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복순 명예기자
▲ 송복순 명예기자

어머니는 허리 굽혀 밥을 하실 때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솥뚜껑을 열며 늘 말씀하셨다. "밥이 참 맛있게 잘 되었다" 하루 삼시 세끼 꼬박 식구들을 위해 밥을 지었으니 그 실력이라면 유명 식당주인 못지않으련만 그 말씀은 늘 습관처럼 하신다.

어디 그뿐이랴. 산이고 들이며 지천에 자라는 이름도 모를 나물을 뜯어다 씻고 데치고 무치며 가족들의 배를 채우고 남은 것은 울안에 키우던 짐승들에게까지 알뜰하게 담아주시며 말씀하셨다. "맛나게 먹고 쑥쑥 커라" 한낱 미물인 짐승도 안주인의 손끝에 묻어난 정에 요즘은 흔한 동물병원이 없어도 토실토실 건강하게 장수를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격주로 집을 지키는 아이들이 있어 먹을 걸 준비해야 하는 맞벌이 엄마의 손은 늘 바쁘다. 홈쇼핑이며 배달앱에는 때깔 좋은 음식이 넘쳐나지만 선뜻 주문 버튼을 누르지 못하는 것은 맞벌이 엄마의 마지막 양심이라고 해야 할까. 바빠도 먹을 거 만큼은 엄마인 내 손으로 만들어 먹이고 싶은 자존심이라 하겠다.

휴대폰을 뒤적여 좋아요 추천을 많이 받은 레시피를 찾아 반찬을 준비하다 자연스레 엄마의 부엌이 떠올라 콧등이 시큰하다. 나이가 들면 저절로 철이 든다고 했던가. '너도 커서 아이 낳아 키워보면 다 안다'던 어머니의 그늘이 유독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어머니는 그 많은 식구들의 끼니를 어떻게 매일 채워가셨던 것일까.

어머니의 사랑을 생각하며 오늘도 부엌에서 식사 준비를 한다. 그 옛날 어머니의 손맛이야 따라갈 수 없지만 조금씩 손끝으로 사랑을 버무려 식탁을 채운다. 쌀을 씻어 전기밥솥에 앉히고 밥이 되기를 기다린다. 식구들이 하나 둘 돌아오면 시간에 맞춰 밥이 완성되고 그 옛날 어머니가 했듯이 중얼거린다.뽀얗고 하얀 속살처럼 보드라운 밥.

"밥이 맛있게 잘 되었다"

송복순 명예기자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