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지영 명예기자

평상시와 별다른 일 없던 날이었다. 병원에서 전화가 울리기 전까지는….

"어머니가 골절이 있으셨나요?" 조현병이 심해진 것 같아 찾은 병원에서 치매를 이야기해서 검사를 하고자 입원한 엄마의 병원 간호사 선생님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당뇨와 조현병 때문에 통증을 덜 느끼고,정확한 인지를 하지 못해서 골절이 방치되었던 거였다. 양쪽 발목을 수술을 해야 했고 수술 후 누워만 있어야 하는 엄마 옆에는 보호자가 필요했다.

나는 갑자기 엄마의 보호자가 되었다. 엄마는 보호자로 온 엄마의 둘째 딸인 나를 처음 보는 남인 양 굴었다.

12년 전, 엄마가 조현병을 진단받은 그날부터 자주 떠올렸다. 언젠가 엄마가 치매가 올지도 모른다고. 언젠가 엄마를 외할머니처럼 요양원에 모셔야할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몇 번이나 생각했고 미리 알고 있었음에도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담담한 척 했지만 마음은 무너져내렸다. 치매는 최근 기억부터 사라진다고 하던데, 엄마는 조현병 때문인지 과거와 현재 기억이 섞여 있어서인지 더 많은 걸 잊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엄마의 첫 일주일은 스스로 병원에 입원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매일 보는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이 누구인지조차도. 매일 아침 잠에서 깰 때마다 엄마는 나를 못 알아봤고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했다.

평상시 엄마가 하지 않았을 욕, 감정표현을 쏟아내고 있지도 않은 상황을 이야기하며 환청과 환각에 시달렸고 주삿바늘을 빼거나 붕대를 풀려고 했다. 너무 지치고 힘들었다. 하나 내가 할 수 있는 건 해야한다는 생각에 엄마의 증상을 볼때마다 기록했다. 그러다 엄마의 횡설수설 가운데 엄마의 본심을 만났다.

주사 바늘을 몇 번이나 맞으면서도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는 엄마에게 물었다. "아픈데 어떻게 그렇게 잘 참아요?" 그러자 엄마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엄마니까"생각치 못한 대답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엄마의 병은 축복은 아니지만, 엄마의 본심을 만날 수 있게 된 선물이었다.

엄마로써 최선을 다해 버티고 버티는 노력. 나 역시 엄마처럼 노력하리라. 엄마를 통해서 나는 세상의 이치를 또 깨달아본다. 임지영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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