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준 한국효문화진흥원 교육운영부 대리

▲ 최영준 한국효문화진흥원 교육운영부 대리
▲ 최영준 한국효문화진흥원 교육운영부 대리

취직을 위한 면접시험의 단골 질문 중 하나는 '상사와 의견이 다른 경우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고 한다. 직장 내 상하 간 갈등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다. 이러한 갈등은 직장 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예년이라면 추석을 맞아 제수 음식 마련이나 친지들을 맞이할 준비로 분주했을 테지만, 올해는 코로나19 관련으로 고향을 찾지 않는 사람들이 늘면서 세대 간 갈등이 겉으로 드러나고 있다. 젊은 세대는 모였을 때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것을 걱정하고, 부모 세대는 명절에 모이기 싫어 코로나19라는 핑계로 부모를 찾지 않는다며 서운해 한다.

사실 명절을 피하려 하는 생각은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명절 준비의 경제적 부담, 장거리 이동, 가사 부담의 이유로 고향을 찾지 않는 사람들이 매년 증가해 왔다. 자주 보지 않는 친지들로부터 결혼, 출산 등의 이야기를 들으며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젊은 층도 많아졌다. 최근에는 정치적 견해차로 얼굴을 붉히는 일 등으로 부모친지와 명절을 보내기 불편하다는 글을 인터넷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승무’ 등의 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청록파 시인 조지훈은 1962년 ‘당신들 세대만이 더 불행한 것은 아니다: 불운의 3대에게 보내는 공개장’이라는 글을 썼다. 대한제국의 몰락과 국난을 고스란히 다 겪은 노년층, 3·1운동 등을 청년기에 경험하고 태평양 전쟁을 견뎌낸 중년층, 해방과 6·25전쟁으로 어린 시절을 보내고 4·19운동과 5·16군사정부 수립을 목도하던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글이다. '당신들 세대만이 더 불행한 것이 아니다. 어느 한 세대만이 혼자서 감당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인상 깊게 읽은 구절이다.

세대 갈등이 오늘날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안겨 준다. 불필요한 세대 갈등의 증폭은 해결책을 더 찾기 어렵게 만든다. 효문화를 진흥한다고 저출산고령사회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단순한 몇 가지 일로 생겨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부모 세대 없이 젊은 세대가 존재할 수 없으며, 젊은 세대 없이 부모 세대의 노후가 보장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운명의 공동체로서 다른 세대의 고충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성숙함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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