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올겨울에 내린 눈과 매서운 바람이 무색하게 날씨가 풀린 어느 날이었다. 나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유명한 매운탕 집을 방문했다. 맛있게 먹다 보니 몸은 금세 후끈후끈해졌다. 할아버지와 나는 열기를 식히기 위해 식사를 마치고 식당 밖으로 나왔다.

낮은 '벌써 봄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따뜻했지만, 밤은 아직 쌀쌀했다. 식당이 호수 근처에 있어서인지 바람은 더 차가웠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다시 식당 안으로 들어가셔서 커피를 마시고, 나는 안보다는 밖이 나아서 호수를 둘러보며 식당 근처를 돌고 있었다.

그때, 할아버지가 어둠에 묻힌 호수를 보신다며 내리막길을 지팡이로 홀로 내려오고 계셨다. 나는 할아버지를 부축하기 위해 서둘러 할아버지에게 다가갔다. 매번 할아버지를 부축할 때 팔을 잡았던 나였기에 이번에도 할아버지 팔을 잡아 부축하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할아버지가 자연스럽게 나의 손을 잡았고, 할아버지와 나는 내리막길을 무사히 내려왔다.

평소 할아버지 손을 잡을 일이 별로 없었던 터라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나도 할아버지 손을 꽉 잡았다. 예전과 달리 주름지고 연약한 할아버지 손이었지만, 할아버지 손은 추위를 잊게 할 만큼 너무 따뜻했다. 생각해보니 할아버지는 항상 먼저 내게 손을 내밀어 내 손을 잡아주셨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손은 너무 따뜻해서 놓기 싫었던 기억이 난다. 누군가의 손을 잡을 일이 없는 요즘, 할아버지 손을 잡은 이 날은 손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따뜻해진 날이었다.

손을 잡는다는 건 상대방의 사랑, 따뜻함, 위로를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할아버지가 내 손을 잡았을 때 내가 할아버지의 사랑과 따뜻함을 느꼈던 것처럼 말이다. 항상 할아버지가 내 손을 잡아주셨지만, 이제는 내가 먼저 할아버지 손을 잡아 할아버지를 사랑하는 내 마음을 전달하고 싶다. 할아버지 사랑합니다.

윤유진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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