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 보낸 아들이 전해 온 편지
부모에 대한 그리움·사랑 담아
듬직하게 자란 모습… 기특함 느껴

[충청투데이] 아래층에 사는 지인이 자식을 군(軍)에 보냈다. 이십여 년을 애지중지 키워 국토방위를 위해 국가에 헌신 봉사하고 오라 군에 보냈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그도 마음 한구석은 허전했으리라. 그런데 그런 티를 내지 않았다. 이웃을 만나면 아들이 군 생활을 잘하고 있어 든든하다는 말을 자주 들려주었다. 듣는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며칠 전에는 아들한테서 전화가 아닌 편지가 왔다고 편지를 내놓았다.

"어머니, 아버지, 저는 군대 생활을 하면서 그리움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인내를…. 또 가족에 대한 소중함과 사랑을 배웠습니다. 집을 떠나던 날, 약속했던 대로 사회에서의 연약했던 모습은 모두 버리고 당당하게, 그리고 조금 더 성장해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꼭 지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가 그리운 날에는 전화 대신 편지를 쓰겠습니다. 요즘 군대 밥이 먹을 만합니다. 그래도 매콤하고 짭쪼름한 엄마의 밥상이 그립습니다."

이 편지를 읽는 순간 나는 무릎을 쳤다. 얼마나 기특한 아들인가? 우스갯소리로 떠다니는 얘기와 다르게 얼마나 듬직한 사고를 하고 있는 아들인가 말이다. 그를 생각하니 이런 명구(名句)들이 생각난다. '이름 없는 잡초 속에서도 약초가 자란다.', '굽은 소나무가 선산 지킨다.', '두엄 속에서도 아름다운 봉숭아는 핀다.' 이 아들은 태어났을 때도 아들, 청년 시절에도 팔촌이 아닌 아들, 결혼해도 사돈이 아닌 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내 사고가 잘못된 것은 아니겠다. 영원한 아들이다.

흔히들 말하지 않는가? 딸 셋이면 금메달, 딸 둘에 아들 하나면 은메달, 아들만 둘이나 셋이면 목메달이라는 말도 이 아들한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일 것이다. 딸 셋 둔 부모는 비행기 안에서 죽고, 아들만 둔 부모는 길바닥에서 죽는다는 말도 함께.

청년은 대전동물원에서 본 의젓한 수사자처럼 믿음직스럽게 성장해 국가의 동량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문희봉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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