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사각지대, 大田의 모순]
① 大田 맞나, 국가도 지자체도 대전 귀농인 모른다
농어촌 법적 정의 행정구역 읍·면
대전엔 동 단위뿐이라 귀농 불성립
지자체도 농업 자료 확보 무관심

대전 유성구 계산동 소재 밭.사진=김중곤 기자
대전 유성구 계산동 소재 밭.사진=김중곤 기자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대전(大田), 크고 넓은 밭이라는 지역의 명칭이 희미해지고 있다. 과학수도를 자처하고 꿀잼도시라는 새 명성을 쌓았지만, 지역명의 유래가 된 농업은 뒷전으로 밀린 지 오래다. 대전에도 1만여 농가가 있고 지역 면적의 10분의1에서 경작과 재배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농업 정책이 농촌에 방점이 찍히면서 대전은 국가 귀농통계에도 잡히지 않고 심지어 귀농 정책자금도 받을 수 없다. 지자체도 대전에 정착하려는 예비 농업인에게 구애의 손길을 보내지 않고 있다. 대전의 농민들은 지역의 농업 비전이 정부와 지자체의 무심 속에 빛을 잃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저출산에 광역시도 소멸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귀농은 대전이 미래를 준비하는 또 하나의 열쇠다. 충청투데이는 귀농의 관점에서 대전을 돌아보는 기획 ‘귀농 사각지대, 大田의 모순’을 다섯 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인구감소로 인한 지방소멸위기가 날로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대전의 귀농 인구 유입 활성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귀농 인구 유치가 지방소멸위기 극복의 해법 중 하나로 활용되고 있음에도 대전은 정부의 관리 대상에서 벗어나 있어 대책 수립조차 불가능한 상태다.

때문에 지역 맞춤형 귀농 정책이 마련되기 위해서는 통계 작성 등 귀농 분야 정부 관리 대상에 대전이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16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귀농가구는 14개 시·도에서 8243가구로 집계됐다. 서울, 대전, 광주는 제외돼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귀농 통계에서 대전이 배제된 이유는 현행 법령과 농업 현장의 괴리 때문으로 분석된다.

관련 법령인 귀농어귀촌법과 농업식품기본법은 귀농의 조건으로 크게 지역과 직업이라는 두 요건의 변화를 규정하고 있다. 비농업인이 농업인이 되고 지역은 농어촌 이외 지역에서 농어촌으로 이주해야 귀농으로 인정한다.

농어촌의 법적 정의는 행정구역 읍·면이다. 때문에 동 단위 행정구역뿐인 대전은 농가가 분명히 존재함에도 농어촌으로 분류되지 않고, 이로 인해 ‘귀농’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는 게 데이터처의 설명이다.

하지만 지난해 대전의 농가가 1만 1767곳이었고, 전체 면적의 13%(69.29㏊)가 농지로 활용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귀농’과 거리가 있는 지역으로는 보기 어렵다.

순병민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유성구만 해도 농지위원회에서 (농지 취득을) 심의하는 것이 월 2~3건은 된다"며 "그만큼 귀농을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 농업 통계에서 대전이 배제된 것은 농가소득도 마찬가지다. 데이터처는 지난해 전국 농가의 평균 소득을 약 5060만원으로 추산하면서도, 지역별 자료는 9개 도 단위만 공개하고 있다.
데이터처 관계자는 "표본이 총 3300개뿐이고 인력과 예산 문제로 확대가 어렵다 보니 (시 단위를 포함해) 대전 농가까지 농가소득을 공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3 귀농·귀촌 실태조사’를 보면 30대 이하(34.6%)와 40대(27.7%)는 귀농 이유 1순위로 농업의 비전 및 발전 가능성을 꼽았다.

농가소득은 이런 비전과 가능성을 가늠케 하는 지표이지만, 대전의 경우 예비귀농인이 정착지를 정하는 데 있어 고려할 자료가 없는 것이다.

국가 관리에서 외면받는 가운데 지자체도 관내 농업 실정을 이해하는 자료 확보에 무심한 모습이다.

본보가 지난 8월 대전시를 비롯한 대전 내 5개 자치구에 관내 귀농가구에 대한 자료를 정보공개청구했지만, 모두 ‘부존재’하다고 답했다.

순 교수는 "농업을 위해 지역으로 들어오는 사람의 규모를 알아야 귀농 정책을 제대로 수립할 수 있다"며 "농가소득은 국가 조사로 하기엔 표본이 부족하다면 지자체가 개별적으로라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중곤·함성곤 기자 sgh08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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