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전 유성구 세동의 과수농가. 나무에 레드향이 달려 있다. 사진=함성곤 기자
대전 유성구 세동의 과수농가. 나무에 레드향이 달려 있다. 사진=함성곤 기자

‘크고 넓은 밭’이란 지명이 무색하게도 대전(大田)의 도시 농업들은 제도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대전에는 1만1767개 농가가 영농을 하고 전체 면적의 13%가 경작지로 활용되지만, 대전은 국가 귀농 통계에도 잡히지 않은 ‘농업의 섬’ 같은 곳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대전의 행정구역이 모두 ‘동’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현행 귀농어귀촌법과 농업식품기본법은 농촌을 ‘읍·면’으로 규정한다. 따라서 동 지역으로 이주는 법적으로 귀농이 성립되지 않는다.

그 결과 대전의 농업인들은 흔한 농업 지원책을 받지 못한다. 대전에서 농업을 시작하려는 사람은 최대 3억원의 창업자금이나 7500만원의 주택구입자금 등 정부의 귀농 지원에서 제외된다. 만약 지원금을 받으려면 대전을 떠나 다른 지역의 읍·면으로 가야 한다. 읍·면·동이라는 행정구역 구분은 1960년대 산업화 시대의 산물이다. 당시엔 도시와 농촌이 명확히 구분됐지만, 지금은 다르다. 광역시 안에도 농지가 존재하고 농업인이 생계를 꾸린다. 도농복합의 현실을 60년 전 기준으로 삼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

문제는 이로 인한 실질적 피해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에 따르면 30~40대 예비 귀농인의 최우선 고려 사항은 ‘농업의 비전과 발전 가능성’이다. 그런데 대전의 농가소득 통계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 통계의 표본 3300개가 9개 도 단위에만 할당돼 있기 때문이다. 정착을 고민하는 예비 농업인에게 대전은 판단 자료조차 없어 선택할 수 없는 지역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지자체의 직무유기’라고 말한다.

중앙정부 법령을 탓하기 전 대전시와 자치구는 자체 통계를 구축하고 조례를 정비했어야 한다. 광주 광산구가 ‘대도시 농민 역차별 해소 조례’를 제정하고, 제주도가 농지 면적 기준으로 준농촌 지역을 설정한 사례는 충분히 참고할 만하다. 대전과 광주 같은 광역시가 연대해 정부에 한 목소리를 낸다면 변화의 동력은 더 커질 것이다. 대전 농업인들이 제도의 그늘에서 벗어나 정당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이 도시가 예비 귀농인에게 매력적인 정착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지자체 모두의 즉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