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 달라진 학교폭력]
작년 심의 건수 4080건… 매년 증가 추세
가해자, 피해자 행세 하는 등 악용 사례도
화해·관계 회복 중심 학교 중재 목표 둬야
[충청투데이 서유빈·김중곤 기자] 지난해 충청권 교육청 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이하 학폭위)가 하루에 11번꼴로 열리는 등 교육현장이 분쟁으로 얼룩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학교폭력 문제가 공론화되고 있다는 고무적인 시선도 있지만, 갈등 조정과 관계 회복이라는 교육적 가치가 퇴색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8일 충청권 4개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학폭위 심의 건수는 총 4080건이다.
지역별로는 충남교육청이 1900건으로 가장 많았고 충북교육청은 1230건, 세종교육청 482건, 대전교육청 468건 등이 뒤를 이었다.
충청권 학폭위 심의 건수는 2021년 2646건에서 2022년 3128건, 2023년 3502건, 지난해 4080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학폭위 심의 결과에 불복한 행정심판도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충청권 4개 시·도교육청의 ‘학폭위 처분 불복 행정심판 현황’을 보면, 충북은 지난해 관련 심판이 84건이나 열려 전년(47건) 대비 78.7% 증가했다.
대전과 충남도 각각 2023년 44건, 98건에서 지난해 51건, 112건으로 늘었고 세종은 지난 2년간 동일하게 30건씩 진행됐다.
매년 학교폭력 심의와 행정심판이 증가하는 데는 학폭이 사회적 문제로 자리 잡으며 신고가 활성화된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다만 이 과정에서 학생끼리 풀 수 있는 갈등도 ‘일단 신고부터’ 하고 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학교폭력 관련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 일선에서는 학폭 심의 사안 가운데 친구 간의 사소한 다툼 등 경미한 일까지도 법적인 분쟁으로 치닫는 경우가 잦아졌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김상남 법무법인 와이케이 변호사는 "옛날에는 한 달에 1~2건 들어오던 학폭 관련 상담이 지금은 한 주에 1~2건 정도로 더 많아졌다"며 "행정 절차, 법적 소송으로 학폭을 해결하려다가 관계 회복이 안 된 경우를 많이 봐 안타깝다"고 전했다.
교육계에서도 입시 등과 관련해 학폭 신고를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김대권 건양대 국방경찰행정학부 교수는 "가해 사실이 입시에 불이익이 되니까 오히려 해코지의 수단으로 학폭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다"며 "피해자가 역으로 협박을 하거나 가해자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학폭 유형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도 필요하지만, 친구 간 화해와 관계 회복을 목표로 한 접근이 더욱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는 이유다.
김석민 푸른나무재단 과장은 "행정심판까지 가다 보니 즉각적이어야 할 피해학생 보호조치가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갈등 해결에 있어 중재자로서 학교의 역할도 필요한데 그러려면 교사가 학생, 학부모와 라포를 쌓고 신뢰를 얻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유빈 기자 syb@cctoday.co.kr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