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모자 집 우편함에 있는 우편물[촬영 강수환] 사진=연합뉴스.
모자 집 우편함에 있는 우편물[촬영 강수환] 사진=연합뉴스.

60대와 40대 모자가 대전시 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지 20여일 만에 발견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 됐다. 지난 9일 서구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로부터 "아파트 내 한 세대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방안에서 이들 모자의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시신 부패 정도와 집 근처 CCTV를 토대로 이들이 지난 6월 중순께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신 부검 결과 타살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집에 외부인 침입도 없던 것으로 밝혀졌다.

도심 한복판의 아파트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참으로 안타깝기 짝이 없다. 숨진 모자의 집에서 단전과 단수를 알리는 독촉장을 비롯해 채권추심 우편물 등이 다수 나왔다고 한다. 이로 미뤄 모자가 생활고를 겪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숨진 모자는 무직이었지만 기초생활수급대상자는 아니었다. 모자의 어려운 경제상황이 비극적 죽음과 관련이 있을 개연성이 있다. 모자가 사망할 때까지 지자체와 우리사회는 무얼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건은 모자 개인의 비극을 넘어 사회안전망, 복지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모자가 숨진 지 20여일이나 지나서야 발견됐다는 건 행정이나 복지기관, 이웃주민 등과 전혀 소통이 없었음을 의미한다. 아무리 이웃 간 왕래가 단절된 아파트 문화라지만 이건 아니지 않나 싶다. 단전, 단수 독촉장을 보낼 때 통화나 대면확인을 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망 사건 이후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체계가 많이 개선된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잊을 만 하면 유사한 비극이 되풀이되고 있다. 가까이는 지난 5월 전북 익산에서 60대 여성이 추락사 한 채 발견되는 사건이 있었다. 그의 집안에서 3개월 먼저 숨진 것으로 보이는 20대 딸의 시신이 발견됐다. 모녀는 투병생활을 이어오다 생을 마감했다. 복지시스템의 총체적 한계가 노정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고는 항상 제도의 혜택이 못 미치는 복지 사각지대에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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