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노인복지센터, 독거노인 가정 방문
슬레이트집, 비닐하우스 연상되는 더위
마루에서 반려견과 선풍기 바람에 의지
노인회관 1시간 거리… 더위 피할 곳 없어
[충청투데이 송휘헌 기자]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모두 지쳐가는 이때 더위의 사각지대 있는 취약계층에 대한 관심이 절실해지고 있다.
11일 오후 1시경 기온이 34도를 가리키는 가운데 청주시 상당구 명암동의 한 단독주택에 청주노인복지센터 김수영 사회복지사가 독거노인인 김(91) 옹의 가정을 방문했다.
김 옹의 주택은 산 초입에 자리 잡아 차량이 들어갈 수 없어 흙길 등을 10분가량 걸어 올라가야 했다. 과수원을 지나 집이 없을 것 같은 곳에 김 옹의 집이 보였다.
"요즘 보기 드문 슬레이트집으로 찜통 같죠." 집은 슬레이트 단독주택 건물로 문은 비닐로 막아놨다. 이 곳에 김 옹은 선풍기만 틀어 놓은 채 불도 켜지 않고 김 복지사를 반겼다. 집 안은 비닐하우스를 연상하게 할 정도로 바깥보다 더웠다.
그는 마루에 걸터앉아 반려견과 함께 선풍기 바람을 쐬는 것이 더위를 피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김 옹은 "벽걸이에어컨을 중고로 몇년 전에 구입했는데 집 구조가 이렇다 보니 켜도 시원하지도 않고 쓸모가 없어 떼어 놨다"며 "가만히 선풍기 바람을 쐬고 있으면 안 덥다. 늙은 사람은 괜찮다"고 말했다.
화장실을 가는 것도 고역이었다. 재래식화장실은 약 50m 정도 떨어져 있어 가는데만 5분가량의 시간이 소요됐다.
근처 노인회관이나 복지관에서 더위를 피하는 것이 낫지 않냐는 질문에 김 옹은 "가장 가까운 노인회관을 가는데도 1시간 가량이 걸린다"며 "가다가 큰일이 나지 않으면 다행이다. 가만히 있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너무 더워 어디로 피신을 가고 싶어도 주변에 갈 곳이 없다"며 "선풍기를 쐬고 냉수마찰을 하는 것이 전부"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사회복지사가 그래도 매주 한 번씩 찾아주고 행정복지센터 등에서도 물품을 주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며 "3년 전 아내가 세상을 떠났는데 이 집에서 계속 있고 싶다"고 전했다.
김 복지사는 "임대주택 등의 이전도 권유해 봤지만 추억 등의 이유로 계속 살던 집에서 거주를 원해 존중해 줘야 하는 부분"이라며 "현재 이 집의 슬레이트 지붕 철거와 도배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덥고 힘드실 텐데 항상 긍정적으로 생활을 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민경아 청주시 복지정책과장은 "폭염 등 취약계층이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본 주민이 인근 행정복지센터 등에 알려주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청주시도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시민의 관심도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송휘헌 기자 hhsong@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