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암 다가온 보증금 60~80% 저렴
입주자격 소득·자산·차량가격 명시
BMW·볼보·제네시스 등 버젓이 주차
행복주택서도 벤츠·마세라티 보여
관리사무소 “단속방안 마련할 것”
[충청투데이 함성곤 기자] "세금 들여 청년들 주거복지 제공한다며 만든 곳인데, 고급 차들이 이렇게 많이 보이면 과연 취지에 맞는 사람들이 입주한 게 맞나 싶어요"
9일 오후 7시경 대전 유성구 구암동에 위치한 ‘구암 다가온 청년주택’ 주차장에서 만난 입주민 A씨는 단지 내 곳곳에 주차된 고가 차량들을 보며 이같이 말했다.
구암 다가온 청년주택은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가 청년,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추진한 ‘다가온 주택’ 시리즈의 첫 결과물이다.
주변 시세보다 60~80% 저렴한 보증금과 임대료로, 무주택 저소득층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는 것이 핵심 취지다.
그렇기 때문에 입주 자격은 소득과 자산에 따라 구분하고 있고, 이 중에는 차량 가액 기준도 명시돼 있다.
구암 다가온의 경우 지난해 모집 공고 기준 입주 가능한 본인 소유 차량 가액 기준은 3683만원이었다.
하지만 이날 현장에서 확인한 주차장 풍경은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비용 부담 완화와 주거 안정 도모라는 공공임대 주택의 본래 도입 취지가 무색해지는 모습이었다.
퇴근길로 분주한 주택 단지 안에는 BMW와 볼보, 제네시스 같은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고급 브랜드 차량들이 곳곳에 주차돼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고가 차량을 운용할 정도면 굳이 임대주택 살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며 "저렴한 주거가 정말 필요한 사람들한테 혜택이 닿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러한 상황은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가 운영하는 지역 내 행복주택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같은 날 찾은 중구와 서구의 한 행복주택 주차장에서도 벤츠, 마세라티 등 고급 외제 차량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서구 도안동의 한 행복주택에서 만난 고령층 입주자 B씨는 "입주 초기에는 더 많은 고급 차량들이 있었는데, 그래도 지금은 덜한 편"이라며 "원래 취지가 ‘주거 복지’인데, 그런 사람들도 복지가 필요한 건가"라고 지적했다.
앞선 상황에 대해 구암 다가온 관리사무소 측은 아직 입주가 완료되지 않은 세대가 있는 데다 주차 대수가 여유 있는 상황이라 차량 출입을 일괄 통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리사무소 한 관계자는 "입주자가 소유한 차량 중 가액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경우에는 등록을 받지 않고 있다"며 "현재 입주가 완료되지 않아 방문 차량 주차를 허용하고 있는데, 등록을 하지 않은 외제차들이 더러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입주가 완료된 이후 대전도시공사와 함께 보다 구체적인 제재와 단속 강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함성곤 기자 sgh0816@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