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곤·대전본사 정치행정부 기자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법원에 출입한 지 약 3개월이 흘렀다. 아직 방청한 재판이 많지 않지만 누군가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재판부의 판결이 어떤 절차를 거쳐 이뤄지는지 어렴풋이 이해하게 됐다.
주로 방청하는 재판은 형사사건이다. 범행을 저질렀다고 의심받는 피고인과 그에 따른 피해자의 관계가 민사보다는 명확한 것이 특징이겠다.
민사는 원고와 피고의 공방이 치열하지만, 형사는 상대적으로 차분하게 진행된다. 방청하기 전까지는 몰랐던 점이다.
실형을 살게 될 수도 있는 혐의를 끝까지 부인하는 것보다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이 더욱 유리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심판은 증거로 하는 것이니 말이다.
피고인이 잘못을 시인하며 취하는 대표적인 행동 중 하나는 ‘눈물’이다.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다는 말과 함께 눈물로 선처를 호소한다.
매주 판결문을 수십에서 수백건을 훑는데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 조건으로 ‘반성하고 있는 점’, ‘뉘우치고 있는 점’ 등이 주로 적혀 있다.
눈물은 판사가 판결문에 이같은 문구를 기재하도록 하는데 피고인 입장에서 꽤나 도움 되는 행위일 수 있어 보인다. 물론 맥락을 떠나 정말로 마음에서 우러나온 경우도 있겠다.
다만 일부 재판에선 피고가 죄송하다며 눈물을 흘릴 때 방청석에서 이를 보고 있는 유족 또는 피해자의 관계인들이 탄식하고 분개하는 일도 적지 않다.
초등학교에서 8세 아동을 흉기로 숨지게 한 전직 교사, 어린이집에서 원아 3명에게 10회의 물리력을 행사한 전직 교사, 생후 4개월 딸을 방임해 숨지게 한 친모 등의 사건이 그랬다.
어느 재판이 끝나고 만난 피해자의 부모는 기자에게 "복도에서 대기할 때 피고, 그 가족들과 대면했는데 사과 한 번 없었다. 그런데 재판에선 잘못했다며 눈물을 흘렸다"며 피해자를 두 번 아프게 했다고 했다.
애매할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판단해야 하고, 재판과 교정의 목적에는 교화를 통한 건전하고 성숙한 사회인 양성도 있다. 모두 타당한 시각이다.
뉘우침은 결국 진심이 뒷받침돼야 한다. 피해자와 그 유족의 마음에 닿지 못한 사죄는 피고한테만 좋은 일 아닌가 싶다.
형사사건에서도 합의 여부가 중요한 이유겠다. 피해의 회복 측면에서도 잘못했다는 말과 눈물만으로는 부족하다.
대전 초등생 살인사건에서 피해자 측의 변호인은 "유족이 여전히 지옥 속에 살고 있다"고 했다.
죗값을 정할 때 피고의 눈물보다는 피해자와의 합의를 더욱 중요하게 고려할 때 건전하고 성숙한 사회가 되리라 생각해본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