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맑은 미래]
역경 딛고 대기업에 취업한 서윤
4시간 자며 학업·아르바이트 병행
해맑은 미래 통해 경제·정신적 지원

서윤 학생 캐리커쳐. 초록우산 제공.
서윤 학생 캐리커쳐. 초록우산 제공.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부모의 이혼과 아버지의 투병, 숱한 역경을 딛고 특성화고등학교에 진학한 소녀가 최근 대기업 취업에 성공해 화제다.

아산지역 대표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해맑은 미래’ 장학생으로 선발됐던 서윤(가명)이 얘기다. ‘해맑은 미래’는 코닝정밀소재㈜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함께하는 취약계층 아동 지원 사업이다.

서윤이는 지난해 말 천안지역에 위치한 대기업 취업에 성공했다. 그것도 특채로 들어갔다. 소감을 묻는 질문에 서윤이는 “빨리 월급을 받아서 언니의 짐을 좀 덜어주고 싶었다”는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그도 그럴 것이 서윤이의 가정은 일반적이지 않았다. 서윤이가 초등학교 때 부모는 이혼했고, 딸 셋을 부양하던 아버지마저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다행히 아버지는 1년 정도 투병 후 퇴원했으나 서윤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다시 머리를 크게 다쳐 일상생활이 어렵게 됐다.

그때부터 특성화고를 갓 졸업한 서윤이 언니가 가장 역할을 맡았다. 서윤이 역시 인문계 고등학교가 아닌 특성화고로 진학했다. 집과 멀리 떨어진 기숙형 학교에 진학한 서윤이의 학교생활은 쉽지 않았다. 처음 접한 전기전자 분야는 모든 게 낯설었다. 공부는 열심히 했는데 성적은 기대만큼 안 나왔다.

게다가 서윤이가 2학년에 올라가자마자 아버지의 사고 소식이 들렸다. “내가 진짜 공부 안 하면 우리 집이 진짜 무너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하루에 4시간을 자면서 공부하고 주말에는 식당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버는 생활이 이어졌다.

당시 서윤이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된 것이 ‘해맑은 미래’ 장학금이었다. 매달 나오는 장학금은 자격증 취득에 활용됐다. 현재 서윤이가 보유한 자격증은 9개에 달한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성적도 크게 올라 전교 상위권을 차지했다. ‘교내 우수 학생’으로 선정되는 결과까지 따라왔다. 여기에 ‘글로벌인재 현장체험학습’으로 대만 해외연수의 기회도 얻었다. 해외연수에 필요한 자부담 비용도 어린이재단에서 지원했다.

서윤이는 교내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창업동아리 소속으로 ‘충청남도 창업 경진 대회’에 참가했고, 대학교 주관의 ‘고교-대학 연계 창업 아이디어 경진 대회’에도 나갔다.

이러한 활동이 바탕이 돼 서윤이는 특별채용 대상으로 선정됐다. 학생의 성실함과 노력을 알아본 기업에서 바로 채용 결정을 내렸다. 삼성에도 합격했으나 서윤이는 자신을 처음으로 선택해 준 기업에 취업하기로 했다. 그렇게 서윤이는 올해 1월 2일부터 회사로 출근하고 있다.

서윤이에게 ‘해맑은 미래’는 경제적 지원 외에도 든든한 정신적 버팀목이었다고 한다. ‘나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누군가가 있고 나를 믿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생각에 무너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맑은 미래’ 담당 ‘쌤’들도 진짜 어른이란 무엇인가를 느끼게 해 준 사람들이었다.

서윤이는 회사 생활이 안정되고 적응을 마치면 대학 진학도 고려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서윤이는 이 말을 남겼다. “힘든 친구들한테 제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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