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4일 점자의 날]
대전·세종 점역·교정사 취득자 2명
충남 1명 뿐… 청주는 8명 中 5명
인력 부족해 책 많이 못바꾸는 상황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시각장애인용 점자도서 제작을 전담하는 점자도서관에 점역(점자 번역) 전문가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사)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 따르면 국가공인 점역·교정사 자격증을 취득한 인원은 지난 5월 기준 전국에서 1625명이다.
국어 과목만 합격한 3급이 1192명으로 가장 많고, 영어, 음악, 수학·과학, 중국어, 일본어 중 1과목을 더 합격한 2급이 224명, 2과목을 추가 합격한 1급이 209명이다. 점역·교정사는 시각장애인이 도서를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줄글을 점자 형태로 바꾸는 역량에 대한 자격검정이다.
이 역량을 특히 필요로 하는 기관은 점자도서관이다. 도서 열람 및 대출 중심의 일반 도서관과 달리 시각장애인이 원하는 책을 점자로 바꿔 제공하는 것이 점자도서관의 주 업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점자도서관에 정작 이 일을 수행할 점역·교정사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충청권만 살피더라도 대전점자도서관과 세종점자도서관에는 직원 5명 중 점역·교정사 취득자가 2명이고, 심지어 충남점자도서관은 1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충북 청주에 위치한 무지개도서관이 직원 8명 중 5명이 해당 자격을 보유하고 있어 사정이 낫다.
점자 번역이 가능한 직원이 부족하다 보니 시각장애인이 요구하는 모든 도서를 점자로 바꿔 제공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세종점자도서관 관계자에 따르면 "다행히 맹학교 교육 자료나 공공기관 점자기록물 같은 연간 계획 자료는 소화할 수 있지만 상시로 들어오는 요청자료는 빠듯한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또 기술 발달의 영향으로 시각장애인의 음성 정보 선호, 점자 회피 현상이 커진 만큼, 점자도서관에서 방문 점자교육을 확대하려면 전문가 확충이 뒷받침돼야 한다. 자격 취득인원이 1600명 이상으로 충분한데도 점자도서관이 전문인력 부족 문제를 겪는 것은 예산 때문이다. 대다수 점자도서관은 복지 사업을 하는 만큼 지자체로부터 직원 인건비를 지원받고 있다.
지원 이상으로 인력을 쓰려면 자체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데 시각장애인이라는 사회적 소수만 대상으로 하다 보니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최창우 충남점자도서관장은 "관리기관인 충남도서관에 점역·교정 정원을 1명에서 더 달라고 요청했지만 예산 문제인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 관장은 이어 "수익사업은 주로 공공기관의 점자기록물이나 소식지를 점자로 변환하는 것인데 충남도나 아산시 말고는 안 한다"며 "시각장애인 알 권리와 직결돼 있는데도 다수의 지자체가 기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