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4일 점자의 날]
2020년 기준 90.4% 점자해독 불가능
보조공학기기 발달·소리 정보습득 선호
후천성, 배우기까지 5~10년 걸리기도
장애 숨기고 싶어하는 심리도 원인꼽혀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한글을 점자로 번역한 훈맹정음이 정작 시각장애인 사이에서 외면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 시각장애인의 약 90.4%가 점자 해독이 불가능하다.
나머지 중 2.7%는 배우는 중이라고 응답했으며, 가능하다고 한 시각장애인은 6.9%에 불과했다. 상대적으로 최근 수행된 2023년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는 이달 중순경 최종본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의 점자 활용 능력은 2020년이나 지난해나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복지계의 중론이다.
충청권 시각장애인이 지난 9월 기준 2만 8625명인 것을 감안하면, 이중 점자를 조금이나마 읽을 줄 아는 사람은 3000명도 안 되는 셈이다.
복지계는 점자가 익히기 어려운 문자라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의지만 가지면 배우고 사용할 수 있지만 상당수의 시각장애인이 자의로 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각장애인이 점자를 멀리하는 이유로는 보조공학기기의 발달, 소리를 통한 정보 습득이 가장 많이 꼽힌다. 기술 발전의 영향으로 사회의 책 수요가 감소한 것처럼, 시각장애인도 점자보다 편한 음성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시각장애인의 음성 선호, 점자 기피는 선천성보다는 후천성, 전맹(빛을 아예 못 봄)보다는 약시(시력이 희미하게 남음)에게서 더욱 두드러진다는 설명이다. 김보일 한남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맹학교에 가보면 고등학생도 점자를 읽는 것에 버거워한다"며 "소리라는 더 편한 도구를 찾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영호 대전점자도서관장은 "태어날 때부터 안 보였던 경우엔 그나마 점자를 아는데, 후천성은 장애 판정 이후 점자를 거부하다가 배우기까지 5~10년은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약시 시각장애인은 글자를 확대해 보려고 하는데 전맹으로 악화하는 진행성도 있어 점자를 해독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애를 숨기고 싶어 하는 시각장애인의 위축 심리도 점자 활용을 피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보도블록, 엘리베이터, 공공기록물, 은행 ATM기기, 식료품 등 곳곳에 점자가 보급돼 있지만, 인식의 벽 만큼은 여전히 높다는 것이다.
박경화 나사렛대 장애학생지원센터 직원은 "점자에 손을 대는 순간 시각장애를 밝히는 셈"이라며 "장애를 감추려고 흰지팡이를 안 들고 다니는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