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4일 점자의 날]
[르포] 대전 맹학교 수업현장 살펴보니
이어폰 기게음 소리 교실에 가득
손연익 교사, 점자 중요성 강조
“전문인력 확보·점자 보급 절실”

1일 방문한 대전맹학교에서 한 학생이 점자교과서로 학습하고 있다. 평소엔 보조공학기기를 더 많이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사진=조정민 기자
1일 방문한 대전맹학교에서 한 학생이 점자교과서로 학습하고 있다. 평소엔 보조공학기기를 더 많이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사진=조정민 기자
1일 방문한 대전맹학교에서 한 학생이 보조공학기기로 학습하고 있다. 사진=조정민 기자
1일 방문한 대전맹학교에서 한 학생이 보조공학기기로 학습하고 있다. 사진=조정민 기자

[충청투데이 조정민 기자] “점자는 단순 학습 수단을 넘어 자신감과도 직결됩니다. 중도 포기하는 학생이 생길 땐 안타까운 마음도 많이 들어요.”

대전 동구에 위치한 대전맹학교에서 만난 21년차 손연익 교사는 점자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4일 점자의 날을 맞아 1일 오전 방문한 맹학교에서는 교과 수업 뿐 아니라 PC 음성 활용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점자책을 넘기는 손끝의 움직임보단 이어폰을 통해 들려오는 기계음이 교실을 가득 채웠다.

학생들은 헤드셋 너머로 들려오는 음성이 익숙한 듯 귀를 기울이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손 교사는 최근 음성기기의 발달로 녹음, 음성을 활용한 대체 학습도 충분히 가능하다면서도, 분명 한계가 존재한다고 단언했다.

소리만으로는 받침이나 정확한 발음 전달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가 점자 학습이 시각장애인에게 필수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점자는 손끝의 감각으로 이해하는 언어라는 점에서 학습 환경에 따라 습득 차이가 나타난다.

태어날 때부터 빛을 보지 못했던 선천성 시각장애인이나 아동·청소년은 부모가 어릴 때부터 점자에 노출하면 돼 그나마 배우기 낫다.

반면 상대적으로 촉각 발달의 중요성이 덜했던 후천성 시각장애인, 성인의 경우 손끝 감각이 무뎌 점자 자체를 익히는 데 어려움이 크다.

특히 점자 학습교재가 시각장애인의 장애 유형, 정도에 구분 없이 획일적이다 보니 맹학교에서는 교사들이 직접 교재를 만드는 일이 부지기수인 상황이다.

손 교사는 “선천적 시각장애인과 후천적 시각장애인의 점자 입문 교육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며 “분명 다른 교재를 활용해야 하는 교육임에도 후천적 장애인을 위한 점자 입문 교재가 부족한 실정이다. 보다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는 점자 교육의 활성화를 위해 점자 보급과 전문 인력 확보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대엽(18) 대전맹학교 학생회장은 점자책 자체가 원활히 보급되지 않다 보니 오히려 음성기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점자로 읽는 습관을 기르기 위해서는 점자책이 더 많이 보급돼 실질적으로 활용돼야 한다”며 “하지만 현재로서는 도서관 등에 점자책을 만들 점역사, 점역교정사 인력 자체가 부족하다보니 이 부분이 원활하지 못한 듯 하다”고 강조했다.

점자가 실생활에 확대 보급할 때 오류를 최소화하는 세심한 배려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다는 조언도 있다.

점자를 통한 정보 접근성이 높아져도 오류가 발생한다면 실효성에 한계가 생긴다는 것이다.

문성준 대전맹학교 교장은 “점자 오류가 발생할 경우 오히려 불편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에 검토 과정 등의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정민 기자 jeongmi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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