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전국 각지에서 ‘2024 한글주간’ 행사를 열고 있다. 한글날 578돌을 맞이해 한글주간에 내건 표어는 ‘괜찮아?! 한글’이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표어가 특이하다. ‘괜찮아’에 ‘?’표와 ‘!’표 즉 의문부호와 감탄부호를 붙인 것이다. 여기에는 놀람의 의미와 함께 괜찮지 않다는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한글 사용에 문제가 있으니 개선해야한다는 취지라면 표어를 잘 정한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에서 외래어가 남발되는 등의 상황을 지적하고, 한글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도모하고자 이런 표어를 정했다고 한다. 한글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류의 영향 등으로 세계 여러 나라 국민들이 한글을 배우고 있다. 외국 대학의 한국어 강좌도 하나둘씩 개설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소수 민족인 찌아짜아족이 한글을 문자로 사용한다고 해서 화제가 된 적도 있다. 우리 고유 언어의 세계로의 전파는 국력과 관계가 있다.
한글의 해외 위상과 달리 정작 국내에서 홀대받고 있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듣도 보도 못한 신조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뜻을 모르면 또래집단에 끼지 못한다고 한다. 파급효과가 큰 신문이나 방송에서 조차 신조어, 비속어, 외국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 공공기관의 문서는 한자투성이다. 상가에는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알 수 간판이 즐비하다. 심지어 아파트 이름이 너무 어려워 노인들이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언어문화 개선을 위한 10대 실천과제’를 내놓은 건 쉽고 바른 우리말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서다. 아름다운 우리말 일상 환경 구축, 공공기관의 쉽고 바른 우리말 사용, 언론·방송 보도 용어 개선 같은 것들이다. 한글날을 맞아 반짝 홍보에 그쳐선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일상속의 우리말 사용이어야 한다. ‘괜찮아?’ 한글이 ‘괜찮은’ 한글이 될 수 있도록 한글의 가치를 다시금 되새길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