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 세계 언어 학습 시장에서 한국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사용자가 5억 명이 넘는 언어 학습 플랫폼인 ‘듀오링고’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한국어가 최다 학습 언어 7위에 오를 정도다. 한류 열풍으로 음악과 영화, 드라마 등 대중문화 분야가 인기를 끌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해석되고 있다. 우리나라 문화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패션과 화장품, 음식 등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문화유산인 한글을 활용한 세계화와 산업화를 위한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최근 정부세종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한 제44회 국정 현안 관계 장관 회의에서 세종학당 혁신 방안이 논의됐다. 이는 세종시가 그동안 국가 차원에서의 한글문화를 통한 세계화와 산업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창해 온 노력에 대한 정부 차원의 화답으로 분석되고 있다. 세종시는 세종대왕의 묘호가 도시 이름인 만큼 도시 정체성을 한글문화에 둔 한글문화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지난해 한글날 정부 경축식이 비수도권에서는 처음으로 세종시에서 열린 것도 이와 같은 흐름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또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문화도시 공모에서 세종시가 제안한 한글문화도시 조성 사업이 후보지로 예비 지정되기도 했다. 내년도 정부예산안에도 한글 목조탑 건립과 대한민국 문화도시 조성, 실내형 한글놀이터 조성에 필요한 국비 지원도 반영됐다. 예산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세종시가 해외 한국어 보급을 위한 거점기지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문화체육관광부에 한글문화 진흥 방안으로 광화문 현판 한글화와 함께 한글날 정부 경축식을 대통령 주관 행사로 승격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매년 한글날 경축식을 세종시에서 개최할 것도 건의했다. 한글문화도시를 전면에 내세운 세종시에서 한글날 경축식을 매년 개최하자는 방안은 의미가 있고 타당하다고 본다. 국토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이 물리적인 차원에서만 이뤄진다고 볼 수는 없다. 상징적인 차원과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고려되고 논의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는 물론이고 앞으로 한글날 경축식은 한글문화도시인 세종시에서 개최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