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길 잃은 의대증원
① 충청권 의대 3곳 2학기 등록 ‘0명’
의대생 수업거부 심화… 학사일정 마비
충청권 2학기 등록 학생 2%에 불과
정부 학사 대책에도 복귀의사 없어

충청권 의과대학 2024학년도 2학기 등록률. 그래픽=김연아 기자. 
충청권 의과대학 2024학년도 2학기 등록률. 그래픽=김연아 기자.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의과대학 비정상이 일상이 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 2월 의대 정원 2000명 순증을 발표한 이후 의대생이 학교를 떠났다. 이들이 과연 돌아오기는 할지 온 국민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절망적인 사태가 언제 마무리될지 장담할 수 없다는 냉철한 현실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충청투데이는 의대가 무너진 현 상황을 진단하고 대책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충청권 의과대학 7곳 중 3곳에서 2학기 등록 학생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의대생의 수업 거부 단체행동이 학사일정 자체를 무력화하는 수준까지 치닫고 있다.

본보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진선미(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동갑), 강경숙(조국혁신당, 비례)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와 대학알리미 공시 자료 등을 바탕으로 지역 의대의 2학기 등록률을 분석했다.

그 결과 지난 2일 기준 충청권 7개 의대의 2학기 재적학생 2648명 중 단 53명만 등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2%에 불과한 수치다.

대학별로 보면 순천향대(재적인원 606명)와 단국대 천안캠퍼스(233명), 건국대 글로컬캠퍼스(129명)는 2학기 수업을 듣겠다고 등록한 학생이 아예 없었다.

심지어 건국대 글로컬캠은 지난 2일 2학기를 개강했는데도 등록 학생이 나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순천향대와 단국대 천안캠은 2학기 개강 시점 자체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의대가 있는 충청권 대학 관계자는 "등록금 납부시기를 수차례 연장 중이고 더 연장해야 할지 검토 중이긴 하지만 이런다고 의대생이 돌아올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립대는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대세에 영향을 주긴 역부족하다.

충남대(재적 697명)는 지역에서 가장 많은 28명, 충북대(314명)는 그 다음인 14명이 등록해 각각 4%와 4.5%의 등록률을 기록했다. 이밖에 건양대는 재적 360명 중 6명으로 등록률 1.7%, 을지대는 309명 중 5명으로 1.6%로 집계됐다.

지난 2월 정부의 의대 증원 계획 발표 이후 촉발한 전국적인 의대생 수업 거부 사태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것이다.

당연히 수업의 질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등록을 1명이라도 한 충청권 의대는 이달 2학기에 들어갔지만 비대면 온라인 수업 위주에 그치고 있다.

정부 역시 집단 유급을 막자는 기조로 지난 7월 12일 의대 학사 탄력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했고, 이후 수업을 지 않아도 다음 학년으로 진급하는 의대까지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의대 보유 대학 관계자는 "사실상 올해는 정상적인 수업이 어렵다고 본다. 정부에선 돌아오기만 하면 유급을 면제해준다고 회유하지만 의대생 대부분은 그럴 마음이 없는 듯하고 다른 학과와 형평성도 맞지 않아 난감하다"고 귀띔했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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