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충남대 의대 가보니
강의실·동아리실 있는 의생관 ‘적막’
본과수업 학생 100명중 2명만 출석
매출 급감속 카페 점주 어려움 토로
파행 해결 안되면 내년 상황 더 악화
집단유급·학사운영 차질 우려 나와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하이브리드(온라인과 오프라인 병행) 수업인데 오늘 강의실에 110명 중 2명만 나왔어요. 학생들에게 이제 돌아오라고 말은 하는데 여전히 학교가 썰렁하네요.”
18일 오전 찾은 대전 중구 소재의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내 의생관은 적막으로 뒤덮여 있었다.
의대생이 학교를 떠난 지 5개월째다 보니 강의실은 불이 꺼진 채 어둠에 잠겼고 동아리실은 사람의 온기마저 사라져 있었다.
간혹 학생처럼 보이는 사람이 몇 명 지나가 말을 걸면 간호대생, 대학원생, 연구원, 교직원이었다. 의대생은 찾지 못했다.
이날 본과 1학년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했다는 A교수는 수강생 110명 중 2명만 강의실에 나왔다고 말했다.
물론 이후 교수가 온라인에 올린 수업 녹화 자료를 학생들이 들으면 출석으로 인정되지만, 이를 포함해도 수업 참여율이 10%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 대학 관계자의 귀띔이다.
A교수는 “(수업 자료를) 누르기만 하면 되는데”라며 "국가고시를 봐야 하는 4학년은 그나마 20명 정도 듣는다는데 저학년일수록 수업 참여가 저조하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캠퍼스를 떠나며 교내 입점 업체도 타격을 입고 있다.
충남대 의대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5명이던 알바생을 1명으로 줄였다”며 “지난해엔 항상 사람이 많았는데 올해는 학생이 안 오니까 수익이 안 난다”고 토로했다.
전국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의대 학사 운영 파행이 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2025학년도 대입부터 전국 의대 정원이 확대되는 것에 반발해 의대생들이 집단 휴학서를 제출하며 학교를 떠났고, 정부는 ‘동맹 휴학을 인정할 수 없다’며 맞섰다.
대부분 의대가 학칙 상 한 과목이라도 F학점을 받으면 유급 처리되다 보니 각 대학은 수업을 비대면으로 전환하거나 학사 자체를 개시하지 않는 방식으로 집단 유급을 막고 있다.
충남대의 경우도 의대생 중 약 90%가 휴학을 신청했고 지난 3월 24일부터 비대면 수업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에도 의대생들이 수업 참여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집단 유급 사태는 피할 수 없다.
1학기에 미이수한 수업을 2학기에 개설하거나 추가 3학기를 여는 등 정부가 마련 중인 ‘비상 학사 운영 가이드라인’이 무용지물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대학가에선 의대 학사 파행의 문제가 내년에 더욱 악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집단 유급이 현실화할 경우 2024학년도 신입생과 2025학년도 신입생이 예과 1학년으로 동일하게 묶이면서 교육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의 의대 교수는 “이론은 수강생이 아무리 많더라도 어떻게든 할 수 있겠지만 본과 2학년부터는 실습을 해야 한다”며 “사람이 많으면 손이 아닌 눈으로 실습을 하게 될 텐데 제대로 될리 만무하다”고 걱정했다.
한편 전국 의대 정원은 기존 3058명에서 2025학년도 4610명, 2026학년도부턴 5058명으로 대폭 확대된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