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시각’]
김영환 지사·이범석 시장 갈등 해법
동주공제(同舟共濟) 마음가짐 필요
상호 존중과 이해로 상생 발전해야
[충청투데이 김동진 기자] 갈등의 기저(基底)엔 독단과 편견이 똬리를 틀고 있다. 내가 옳으니 따르라는 건 독단이요, 당신 생각이 틀리니 고치라는 것도 상대적 독단이다. 객관적 검증없이 ‘정답’이라는 게 편견이듯, 마찬가지로 ‘오답’이라 말하는 것도 상대적 편견이다.
최근 저출산정책 문제로 표출된 김영환 충북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의 갈등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현금성 정책을 확대해서라도 저출산문제를 타개해 나가야 한다며 무조건 참여를 요구하는 것은 독단이자 편견이다. 현금성 정책이 아무 효과가 없는 만큼 재검토하라는 것도 독단이자 편견이다.
저출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다양한 정책의 시도가 필요하며, 현금성정책도 그 중 하나일 터. 그러나 현금성 정책만이 저출산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 물론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겠지만, 부수적인 차원에서 병행돼야 할 선택적 수단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반대로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단정짓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다양한 정책 수단의 하나로 검토하고 반영하는 것을 고민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문제는 현금성 정책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행정가의 자세다.
김 지사는 좋은 정책임에도 이 시장이 동의하지 않는다며 이 시장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반면 이 시장은 시의 재정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데다 효율성도 없다고 반박한다. 끝내 갈등으로 표출돼 충돌하는 배경엔 ‘내가 옳고 당신이 틀리다’는 독단과 편견이 가득하다.
도민과 시민 관점에선 보면 둘 다 바람직한 행정가의 자세는 아니다. 그래서 소통하고 협력하는 ‘행정의 미학(美學)’이 필요하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설득과 통섭(通涉)이다. 경영학자인 엘런 R. 코헨(Allen R. Cohen)과 데이비드 L 브래드포드(David L. Bradford)가 공동저술한 ‘탈권위 리더십’을 보면 설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조직보다는 개인의 이익에 치우쳤다는 인상을 주면 상대방은 소극적인 반응이나, 거부반응을 일으킨다고 한다. 자신의 관점에서만 상황을 판단하면서 뭔가 중요한 일을 해내고야 말겠다거나,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겠다는 열의만 내보인다면 잠재적 협력자에게 결정적으로 무엇이 중요한지를 보여줄 수 없다고도 한다.
그래서 설득이 필요하다. 설득을 통해 협력을 이끌어내려면 우선 내가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가치 교환’이다. 또 업무나 위상이나 개인적인 욕구와 관련된 대가(代價)를 적절히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욕구의 균형’이다. 상대방의 관심사나 성향, 지향점 등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상대의 진심 파악’이다.
귀결하면 설득의 핵심은 상호 신뢰와 이익이다. ‘통섭(通涉)’은 ‘사물에 널리 통함’이란 뜻과 함께 ‘서로 사귀어 오고감’이란 의미도 지닌다. 소통과 교류와 협력을 내포하고 있다.
충북도와 청주시는 분명 다른 자치단체이지만, 행정 영역과 수혜권역이 상당 부분 맞닿아 있다. 행정구조상 청주시는 충북도의 산하(傘下)기관이지만, 독립된 지방정부이기도 하다. 이를 감안하면 상하관계의 지휘체계가 아닌, 상호협력관계에 바탕을 둔 행정적 접근과 시행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선 지금처럼 형식적 교류와 협력이 아닌, 상호 신뢰와 통섭을 모태로 한 교류와 협력이 필요하다.
정책 단위 부서간 교류나 행정협력 TF 구성 등 실무적이고 상시적인 협력체계를 가동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단체장들도 자기 중심적 관점을 벗어나야 한다. 직설적으로 말해서 ‘내가 했고, 나만 했다’는 치적 중심의 정략적 행정 행태를 버려야 한다.
사람이 과오를 저지르는 첫 걸음은 ‘내가 상대보다 우월하다’는 교만과 ‘나만 할 수 있다’는 자기과시인 만큼 가장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궁극적으로 충북도와 청주시, 김 지사와 이 시장의 행정적 지향점은 지역발전과 주민 권익임은 자명하다. 동주공제(同舟共濟·같은 배를 타고 내를 건넌다는 뜻으로, 이해와 환란을 같이 한다는 의미)로 합심해야 하는 당위다.
세계적 명품브랜드인 샤넬(CHANEL)이 한때 침체기를 겪었지만, 명품브랜드의 가치를 이어갈 수 있던 배경엔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라는 디자이너의 공로가 숨겨져 있다.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으면 진정한 디자이너가 될 수 없다"는 그의 신념 때문이다. 단체장도 지역주민의 지지와 사랑을 얻으려면 때론 자기 고집을 꺾을 줄도 알아야 한다.
충북도와 청주시가 명품자치단체로 성장·발전하려면 김 지사와 이 시장 모두 ‘신념의 오류’와 ‘확신의 예단’, ‘소통의 차단’에서 벗어나야 한다. 독단과 편견을 넘어 함께 갈 때, 비로소 김 지사와 이 시장이 원하고 지역주민이 기대하는 이상향(理想鄕)으로 갈 수 있음을 체득하길.
김동진 선임기자 ccj1700@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