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정책 관련 협조 두고 공개충돌
경자청 압수수색·시 횡령사고 도외시
“조기수습 봉합 행정안정 뒷전” 비판
[충청투데이 김동진 기자] 충북도와 청주시가 각종 행정 악재로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김영환 충북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이 정면 충돌, 행정 안정은 뒷전인 채 설전만 벌이고 있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청주시는 최근 수억원대의 공금 횡령사건으로 담당 공무원이 구속되는가 하면 각종 정책 추진 과정에서 공직기강 문제 등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
충북도 역시 충북경제자유구역청이 사업 추진 과정에서 특혜 의혹이 불거져 검찰 압수수색을 받은 데다, 카이스트 오송캠퍼스·오송 K바이오 스퀘어 조성사업 등이 예비타당조사에서 제외되는 등 공직 내부적으로 뒤숭숭하다.
특히 도와 시 모두 지난해 오송 궁평지하차도 참사로 관련 공무원들이 기소된 데다 김 지사와 이 시장의 기소 여부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장기간 혼란 속에 있다.
이런 와중에 도와 시의 사태 수습을 통한 행정 안정을 주도해야 할 수장들이 공개적으로 충돌하고 나서면서 ‘투정’이나 부리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 1일 지역언론 사장단 간담회에서 충북도가 추진하는 저출산정책에 청주시가 미온적으로 대처, 정책 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취지로 이 시장을 겨냥했다.
김 지사는 이 자리에서 "지사와 시장의 갈등 국면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이젠 청주시민과 충북도민을 위해 갈등을 피하지 않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이 중점 추진하는 각종 저출생정책에 청주시가 마지못해 협조하거나 아예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에 대한 공개 저격인 셈이다.
이 시장은 이에 맞서 7일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통해 "현금성 지원사업을 앞세운 저출생 정책은 결과적으로 효과가 없다"고 반격했다. 이 시장은 이날 "저출생 문제는 정부와 자치단체가 협력해 해결해야 하지만, 이 때문에 취임 초부터 김 지사에게 (현금성 저출산정책) 공약 포기를 건의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인의 공약 이행과 핵심사업 추진을 위해 사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재정 부담을 요구하는 김 지사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토로한 셈이다.
시의 열악한 재정 상황을 감안할 때 도가 요구하는 현금성 시책을 추진하다보면 정작 시가 역점 추진해야 할 중요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게 배경이다.
도와 시의 행정 갈등은 저출산정책 뿐만이 아니다.
청주 우암산둘레길 조성 방식과 대현지하상가 활용 방안, 충북소방학교 건립 입지 선정 등 각종 정책 추진 과정에서 사사건건 부딪쳤다.
드러내놓고 맞서고 있지는 않지만 오송 궁평지하차도 참사의 책임소재를 놓고도 잠재적 갈등을 빚고 있으며, 기업투자 유치 실적을 둘러싼 신경전도 감지된다.
그러나 도와 시 모두 각종 행정 악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단체장들이 공개적으로 정면 충돌하는 것은 공직 내부의 혼란만 더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민선 자치 특성상 광역단체와 기초단체간 유기적 협력을 통해 상생 발전이 선행돼야 하지만, 이같은 단체장간 갈등 심화는 전반적인 지역발전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단체장 치적과 기관간 정책 관점을 초월해 상호 절충과 타협과 이해를 통해 갈등을 조기 봉합, 공직 안정과 지역발전을 견인해 나가는 데 합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동진 선임기자 ccj1700@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