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간 선거 단골메뉴… 시민 불만↑
“자족기능 확충에 무게 둬야” 목소리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신도시) 전경[행복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신도시) 전경[행복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충청투데이 강대묵 기자]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목전에 두고 충청 민심을 잡기 위한 정치권의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 공약이 화두다.

하지만 세종 유권자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선거철이면 등장하는 단골메뉴인 ‘행정수도 공(空)약’에 대한 학습효과가 큰 탓이다. 세종시민 다수는 행정수도 완성은 ‘염원’일 뿐, 먹고 사는 문제인 ‘자족기능 확충’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럼에도 행정수도에 매몰된 정치권의 외침에 염증은 커져가고 있다.

‘행정수도’는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발판 삼아 국가적 의제로 부상했다. 이후 20년 넘게 총선과 대선, 지방선거 과정에서 여야를 막론한 모든 후보의 입에 올랐다. 이번 총선에서도 행정수도는 어김없이 등장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을 2주 앞둔 지난달 27일 ‘국회 완전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총선 화두로 급부상시켰다. 그렇다면 행정수도 현주소는 어떨까. ‘행정수도 일지’ 최신 버전은 2022년 10월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용역’ 완료다. 이후 답보상태다. 국회법 개정안에 담긴 국회 세종의사당도 ‘분원’에 그친다. 더 나아가 미이전 중앙부처, 법원 설립 등 풀지 못한 숙제가 넘친다. 그 사이 정치권의 ‘행정수도 사탕발림’에 세종시 집값은 거품에 휩싸였다. 그만큼 세종시민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행정수도완성 시민연대는 "한동훈 위원장이 ‘국회 세종시 완전이전’ 발표 이후 더 진전되고 더 확실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공약이 충청권 표심만을 의식한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고 밝혔다.

행정수도의 길을 걷는 세종특별자치시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선이 ‘특별’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정가의 한 관계자는 "광역과 기초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는 세종시는 세종시법 개정을 통해 행·재정적 특례 보장을 요구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최근 이슈가 된 세종시교육청의 보통교부금 보정액 대폭 삭감도 세종시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는 정부의 행태"라고 전했다.

세종시민 삶의 질에도 물음표가 붙는다. 세종시는 외형적으론 눈부신 변화를 거듭하지만 내막을 들춰보면 ‘공무원 도시’, ‘베드 타운’, ‘상가 공실’이란 꼬리표가 끊이질 않는다. 이처럼 세종시를 방치하는 안타까운 현실의 책임론은 집권여당과 거대야당 모두에게 향한다. 행정수도 완성과 맞물린 ‘자족기능 확충’의 장밋빛 비전 제시가 시급하다. 세종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행정기관 이전도 중요하지만, 세종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선 자족기능을 확충 시킬 굵직한 기업 유치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며 "총선 후보들이 앞다퉈 공약을 쏟아내지만, 실천 가능한 공약은 드물다. 세종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바탕으로 한 현실적 공약 수립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강대묵 기자 mugi10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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