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김흥준 기자] 논산시청 정문 앞은 1년 넘게 시민들의 일상을 위한 공간이 아니었다. 공적 공간으로서의 기능은 멈추고, 누군가의 분노가 스피커를 통해 확성되어 도시의 공기와 시민의 삶을 지배했다.
주민 이모 씨는 2024년 4월부터 KDI 반대와 관련해 단체가 집회 신고를 해 놓은 상황에서, 시청 정문 앞에 현수막을 설치하고 차량 위 스피커를 틀어놓은 채 혼자 1인 시위를 이어왔다. 그러나 ‘1인 시위’라는 이름과 달리, 이 씨는 현장에 없거나 잠시 머무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반복적이고 짜증나는 소음은 그 자체로 시민들의 일상을 방해하는 공격이었고, 장기간 반복되며 사실상 폭력적 행위가 됐다.
상가 점원들은 지속적인 소음 속에서 장시간 근무해야 했고, 정문 옆 아파트에서는 갓난아기가 낮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울음을 터뜨렸다. 시청을 찾은 민원인들 역시 출입문을 통과하는 순간 얼굴을 찡그렸다. “시위가 아니라 테러”라는 민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쌓였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이 폭력적 패턴은 단순한 일시적 분노가 아니었다. 2024년 2월, 불법 현수막 철거 과정에서 시 공무원 3명을 향해 이 씨 일행 중 한명이 흉기를 들이대며 위협했고, 이 씨는 욕설과 협박으로 공동 협박 행위를 벌였다. 이 사건으로 이 씨는 검찰로부터 구형 6개월을 받은 상태다. 이러한 기록은 이번 1인 시위와 목 조르기 협박 사건이 단발적 폭력이 아니라 반복적, 누적적 패턴의 연장선상임을 보여준다.
법원은 지난 11일, 논산시가 집회를 위해 설치한 현수막을 철거한 조치가 법령과 조례에 따른 정당한 행정행위임을 확인했다. 이번 판결은 현수막 철거 사안에 한정된 것으로, 장기 점거와 반복적 소음 등 시민들이 체감하는 생활 피해에 대한 판단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19일, 시청 도시주택과 사무실에서 이 씨가 담당 공무원의 목을 조르며 “죽여버린다”고 협박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욕설과 음향 폭력에서 시작된 행위가 신체적 위협과 생명 위협으로 확대된 것이다. 반복적 폭력의 강도는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집회 신고를 한 단체와 달리, 현장에는 대부분 이 씨 혼자 있거나 스피커와 현수막만 남아 시민의 일상과 시청 공적 공간을 계속 흔들고 있다. 시민, 민원인, 상가, 아동과 노약자까지 영향을 받는 이 폭력적 행위는 더 이상 특정 공무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위는 보호받아야 한다. 그러나 폭력이 시위의 옷을 입고 등장한다면, 그것은 자유가 아니라 범죄다.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방패로 삼아 반복되는 폭력을 용인한다면, 공동체는 침묵을 강요당하고, 그 다음 피해자는 또 다른 시민이 될 수 있다.
논산은 이제 선택해야 한다.
폭력을 ‘시위’라는 이름으로 보호할 것인가,
아니면 공동체의 안전과 시민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단호한 선을 그을 것인가.
도시는 지금, 침묵할 수 없다.
김흥준 기자 khj50096@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