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준 논산·계룡 담당 국장
김흥준 논산·계룡 담당 국장

[충청투데이 김흥준 기자]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도시.” 지방자치단체라면 누구나 외치는 구호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산부인과 폐업, 산후조리원 부족, 원정 출산 등으로 그 구호가 공허하게 흩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 특히 충남 남부권에는 산후조리원이 한 곳도 없었다. 출산은 축복이지만 산후 회복은 오롯이 산모의 부담이었고, 지역의 빈틈을 메우는 건 각 가정의 경제력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논산시가 마침내 지역의 숙원이었던 공공산후조리원 건립을 마무리했다. 이름도 ‘별빛’. 새로운 생명, 새로운 출발을 밝히겠다는 의지가 담긴 듯하다. 사업비 124억 원을 들여 조성된 이 시설은 모자동실 15실과 신생아실, 음압 설비, 청정 공조 시스템을 갖추고 전문의가 상주하는 공공의료 기반까지 더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접근성이다. 2주 이용비 182만 원. 민간 산후조리원의 절반 수준이며 저소득층과 다자녀 가정에는 최대 50% 지원된다. “있기만 한 복지”가 아니라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인프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시설 하나 생긴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산모들이 대전, 세종, 천안까지 이동하며 원정 산후조리를 해야 했던 구조를 바꾼 첫 시도다. 산후 회복이 타지에서 이뤄지는 현실은 단지 불편함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이 출산 이후까지 책임지지 못한다는 상징이기도 했다. 조리원 개원은 그 단절을 끊어내겠다는 선언이다.

다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공공산후조리원이 곧 인구 증가로 이어진다는 단순한 공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산후조리원의 개원이 출발점이라면, 산전 관리·출산·산후 회복·양육으로 이어지는 돌봄 사슬 전체를 지역 안에서 완성하는 것이 과제다. 만약 이용 수요가 예상보다 커진다면 시설 확충이 필요하고,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의료 인력과의 협진 체계가 현장에서 매끄럽게 작동해야 한다. ‘정책으로서의 돌봄’은 결국 세부 실행에서 평가받는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이 있다. 공공산후조리원은 지방도시의 쇠퇴 속에서 “출산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한 강한 의지의 표현이라는 점이다. 백성현 시장이 “논산이 아이를 품고 미래를 키우는 도시로 가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한 도시가 미래를 선택하는 방식은 거대 산업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한 아이, 한 산모의 안전과 안정을 위한 투자가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결정하는 시대다.

논산 별빛의 불빛이 단지 한 건물의 개원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의 출생·육아 환경 개선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공공산후조리원 개원은 도착점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이제부터가 진짜 걸음이다.

김흥준 기자 khj5009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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