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남경찰이 대포통장을 불법 유통해 1조5000억원대 범죄자금 세탁을 도운 조직을 일망타진했다는 소식이다. 충남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20대 총책과 모집책 등 15명을 검거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들은 캄보디아를 비롯한 해외에 거점을 둔 범죄조직에 대포통장을 불법 유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당은 170여개의 불법 대포통장을 유통해 범죄조직에 팔아넘긴 혐의를 받는다. 통장 1개당 매월 300만∼400만원을 받는 조건이었다고 한다.
대포통장은 예금주와 실제 사용하는 사람이 다른 계좌를 일컫는다. 통장을 타인에게 대여 또는 판매하는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 하지만 돈이 궁한 이들은 이 통장이 어디에 쓰이는 줄도 모르고, 혹은 범죄에 악용된다는 사실을 알고도 단돈 20~30만원에 자신의 통장을 내주곤 한다. 범죄조직은 이렇게 사들인 대포통장을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로 갈취한 돈을 수금하는데 이용한다. 자금세탁 액수가 현재 파악한 1조5000억원 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는 경찰의 전언이다.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입은 피해액이 8500억원이나 된다. 피해건수가 2만3000건을 넘는다. 줄잡아 2만명 정도가 범죄조직의 꾐에 빠져 돈을 잃은 셈이다. 피해자 중에는 퇴직금을 몽땅 강탈당하거나, 전 재산과 다름없는 전세금을 내준 이도 있다. 올 상반기 피해액이 6500억원 임을 감안하면 올 한 해 동안 피해액은 1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웬만한 기초 지자체의 1년 예산에 버금간다.
충남경찰이 범죄조직 일당을 붙잡을 수 있었던 건 지난 4월부터 수개월에 걸친 끈질긴 수사력 덕분이다.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 단서 하나를 가지고 계좌를 끝까지 추적해 불법 계좌 유통 조직을 검거했다. 그러나 시민의 피를 빨아먹는 이런 범죄조직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대포통장은 서민경제를 파괴하는 범죄의 출발점이다. 대포통장이 없다면 보이스피싱도 줄어들 것이다. 대포통장거래 조직이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수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