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간 143건 피해… 충남에 집중
7월 폭우로 부여 왕릉원 유실도
대형불길 안전지대라 할 수 없어

충청권 국가유산의 자연재난 피해. 그래픽=김연아 기자. 
충청권 국가유산의 자연재난 피해. 그래픽=김연아 기자. 
2025년 7월 호우 피해를 입은 사적 국가유산 충남 서산 개심사 대웅전. 국가유산청 제공
2025년 7월 호우 피해를 입은 사적 국가유산 충남 서산 개심사 대웅전. 국가유산청 제공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국지성 호우가 강해지고 대형 산불도 매년 되풀이되면서 가치를 보존해야 할 국가유산이 더욱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

14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2008년부터 올해 8월까지 약 18년간 충청권 소재 국가유산이 입은 자연재난 피해 사례는 모두 143건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공주·부여 등 백제의 도읍이 자리했던 충남이 98건(68.5%)으로 피해가 집중됐고, 충북이 38건, 대전 6건, 세종 1건으로 뒤를 이었다.

국가유산의 종목별로는 △사적 64건 △보물 22건 △국가민속무형유산 22건 △천연기념물 22건 △국가등록문화유산 6건 △국보 5건 △명승 2건 등이다.

충청권 국가유산에 피해를 유발한 자연재난의 9할은 호우, 강풍 등 풍수해(126건, 88.1%)였다. 동해와 화재는 각각 11건, 6건으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주목할 점은 자연재난에 생채기를 입는 국가유산이 최근 들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충청권에서 2023년 27건, 지난해 20건의 피해가 발생했는데 이는 국가유산청이 집계를 시작한 2008년 이후 1~2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히 2020~2025년에만 79건의 피해가 속출하며 2008년부터 18년간 발생한 피해의 과반(55.2%)이 최근 6년에 쏠린 모습이다.

국내 강수가 단시간 특정 지역에만 퍼붓는 국지성의 흐름을 보이면서 국가유산 보호에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 7월 16~17일 이틀간 부여에 337.4㎜의 비가 내리자 사적 국가유산인 부여 왕릉원과 나성의 사면 일부가 유실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또 보물인 서산 개심사 대웅전 내 토사가 유출되는 일도 있었는데, 당시 17일 서산에선 하루에만 438.9㎜가 쏟아졌다.

사적 국가유산인 충남 부여 나성이 2025년 7월 호우로 일부 사면의 유실 피해를 입은 모습. 국가유산청 제공
사적 국가유산인 충남 부여 나성이 2025년 7월 호우로 일부 사면의 유실 피해를 입은 모습. 국가유산청 제공
호우 피해를 반복적으로 겪은 사적 국가유산 대전 계족산성. 2023년 피해(파란색 선) 후 복구 과정에서 추가 붕괴가 우려돼 복원 범위(노란색 점선)를 확대했다. 대전시 제공
호우 피해를 반복적으로 겪은 사적 국가유산 대전 계족산성. 2023년 피해(파란색 선) 후 복구 과정에서 추가 붕괴가 우려돼 복원 범위(노란색 점선)를 확대했다. 대전시 제공

대형 불길도 국가유산을 위협하는 자연재난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국 국가지정유산에서 발생한 화재는 2020년 1건, 2021~2022년 각 6건, 2023년 8건, 지난해 4건 등으로 매년 10건이 안 됐는데 올해는 8월까지 20건으로 급증했다.

국가유산의 화재 피해는 대형산불이 끊이지 않았던 영남지역에 몰렸지만, 2023년 대전·금산과 홍성에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될 정도의 화마가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충청권도 안전지대로 볼 수 없다.

문화유산은 국가, 민족, 나아가 인류의 관점에서 가치가 뛰어나 후손에 온전히 물려줘야 할 산물인 만큼 자연재난으로부터 보호할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서정석 국립공주대 문화재보존과학과 교수는 "산성 등 야외에 있는 문화재가 일정 시간이 지나 붕괴되는 것은 당연할 수 있겠지만 폭우, 폭설, 혹한, 혹서가 반복되며 그 주기가 빨라지고 대처하기 어려워진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인공지능 등 기술을 활용해 재난을 예측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무너지면 정비하는 것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도록 선도적으로 접근하는 패러다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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