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소나무재선충병 최근 5년간 2만건 육박
감염 시 치료 불가능해 ‘소나무 에이즈’로 불려
기후변화로 재선충 매개체 활동시기 빨라져
약제 외국산 의존, “국산 방제기술 개발해야”

소나무재선충병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소나무재선충병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한 번 걸리면 그대로 죽어버리는 소나무재선충병이 충청권에서 매우 급증하고 있다.

1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어기구 의원(더불어민주당, 충남 당진)에 따르면 지난해 5월~올해 4월 충청권 4개 시·도에서 5802그루의 소나무재선충 피해가 발생했다.

이는 1년 전(2023년 5월~2024년 4월 2311그루)보다 2.5배 증가하고, 특히 4년 전(2020년 5월~2021년 4월 391그루)과 비교하면 무려 14.8배 폭증한 수치다.

또 최근 5년간 발생한 충청권 소나무재선충병의 과반인 51%가 최근 1년에 집중됐다. 해충에 고사하는 지역 소나무가 확연히 많아진 것이다.

지역별로는 충남에서 최근 5년간 1만 519그루로 충청권 소나무재선충 피해의 대부분이 속출했으며 충북 630그루, 대전 180그루, 세종 35그루로 뒤를 이었다.

1㎜ 크기의 소나무재선충은 나무 안으로 침투해 수분과 양분의 통로를 막아 나무를 고사시키는데 이를 소나무재선충병이라고 한다.

국내에는 1988년 처음 발견됐으며, 40년 가까이 흘렀지만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일단 감염되면 100% 말라 죽어 ‘소나무 에이즈’라고도 불린다.

소나무재선충 피해가 눈에 띄게 급증한 것은 지구온난화와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풀이된다.

재선충은 보통 솔수염하늘소 등에 기생하다가 매개충이 나무 수피를 갉아 먹을 때 생기는 상처를 통해 침입하는데, 최근 기후변화와 이상고온으로 매개충의 활동기간이 빨라지고 서식 지역이 확대됐다는 것이다.

실제 국립산림과학원이 기후변화 시나리오로 예측한 결과, 매개충의 우화 최성기(성충이 되는 가장 왕성한 시기)가 2019년 5월 11일에서 지난해 5월 2일로 9일 앞당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사실상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방법뿐이다 보니 이에 따른 방제비 부담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2021년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전국에 소나무재선충 방제비로 투입된 국비와 지방비는 총 5903억원에 달한다.

재선충병 예방 약제는 전량 외국산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 기간 소요된 약제 구입비는 578억 4982만원으로 집계됐다.

어기구 의원은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에 수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여전히 외국산 약재에 의존하는 현실”이라며 “정부와 연구기관이 협력해 국산 방제기술 개발과 산림별 대응 자립 기반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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