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43건·충북 36건·대전 4건·세종 1건
대부분 1990년대·2000년대 초중반 도난
이순신 직접 쓴 을미일기 100년 째 못찾아
입증자료 부족·한정된 인력 탓 회수 난항
전문가 “시민 관심 모으는 게 중요” 조언

충청권 4개 시 ㄱ
충청권 4개 시·도 도난 국가유산 현황. 
왼쪽부터 대전시청, 세종시청, 충북도청, 충남도청 
왼쪽부터 대전시청, 세종시청, 충북도청, 충남도청 

[충청투데이 함성곤 기자] 넓게는 대한민국, 좁게는 충청권의 역사적·예술적 가치를 담고 있는 국가문화유산 상당 수가 도난 당한 이후 수십년 째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희소성과 중요도가 매우 높은 국가지정유산은 물론 각 지자체에서 보존 가치를 인정하고 있는 문화유산에 이르기까지 피해도 광범위한 상황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도난당한 국가문화유산의 회수를 위한 공감대 형성과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현재 등록돼 있는 충청권 4개 시·도의 도난 국가유산은 총 84건이다.

그중 국가지정유산은 2건이고 시·도지정유산이 20건, 비지정유산은 62건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충남이 43건으로 가장 많았고 충북이 36건, 대전 4건, 세종 1건 순이다. 지역의 도난 국가유산 대부분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중반 도난이 잦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 8권 중 4번째 기록인 ‘을미일기’의 경우 100여년째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이순신 장군의 고장이기도 한 충남 아산에는 특히 충무공 관련 도난 국가유산들이 많은데, 을미일기는 이순신 장군이 직접 쓴 일기의 초고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앞서 2010년 사라진 을미일기에 대한 행방에 관한 진술을 확보했다는 풍문이 흘러나와 기대를 사기도 했지만 현재까지도 관련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을미일기의 도난 시점을 1920년대 일제강점기로 추정하고 있지만 정론은 없는 상태다.

대전에서는 1997년 10월경 제월당과 옥오재에서 고문서 824권이 도난당했다.

대전 대덕구 읍내동에 위치한 제월당과 옥오재는 우암 송시열, 동춘당 송준길과 함께 3송으로 추앙받던 제월당 송규렴이 조선 숙종 때 세운 별당 건물이다.

당시 고문서를 보관하던 장서각에는 양반들은 교육하던 다양한 서적과 왕명서 등 교지들이 보관돼 있었다.

2010년 일부 고문서들이 제월당의 품으로 돌아왔지만 아직까지 찾지 못한 나머지 문헌들의 거취는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도난 국가유산의 회수가 어려운 이유로는 입증 자료 부족과 과거 미흡했던 관리 체계, 한정된 인력 등이 꼽힌다.

도난 당시에는 지금처럼 국가유산에 대한 관리 감독 체계가 철저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CCTV 같은 관련 증거들이 부족해서다.

또 공직 사회 순환 근무 특성상 매년 담당자가 교체되는 사이 정부와 지자체의 주요 현안이 해마다 달라지는 등 도난 국가유산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환경 요인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국가유산들이 시민 세금으로 관리되고 있는 만큼 국가유산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모여야 도난 국가유산을 회수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된다고 강조한다.

안여종 대전문화유산울림 대표는 "대다수 시민들은 국가유산은 소유자나 기관에서만 관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함께 지키는 공공유산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며 "이러한 인식들이 모였을 때 도난당한 국가유산에 대한 노력도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성곤 기자 sgh08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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