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8명 노후 준비 부족’ 응답
노인빈곤, 중장년으로 이어질수도
[충청투데이 최광현 기자] #. 대전에 사는 김모(51) 씨는 요즘 잠 못 이루는 밤이 계속되고 있다.
치매 증상을 보이는 80대 어머니 병원비와 요양비로 매달 150만원이 넘게 나가고 있다.
여기에 대학에 진학한 두 자녀의 학비와 생활비까지 감당해야 한다.
한 달 수입 대부분이 수백만 원의 고정지출로 사라지는 상황에서 그는 "노후 준비는 꿈도 못꾼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 같은 사연은 이제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40~64세 중년층 대부분이 고령 부모와 미취업 자녀를 동시에 부양해야 하는, 이들은 이른바 '샌드위치 세대'가 된 지 오래다
기대수명 연장에 따른 부양기간 장기화, 만혼과 자녀의 늦은 독립 등 사회구조 변화가 이들의 삶을 옥죄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경제적·사회적 부담에 짓눌린 중장년층이 결혼과 가정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고령 부모의 의료비와 요양비를 책임지면서 동시에 자녀 교육비와 생활비까지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서 정작 자신의 노후 준비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혼자 살아가는 중장년층도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11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충청권 중장년 1인 가구는 45만6294세대로 집계됐다.
2023년(44만9680세대)보다 6614세대 늘어난 수치다.
지역별로 보면 대전이 10만3429가구에서 10만4286가구로 857가구(0.8%), 세종은 2만959가구에서 2만1066가구로 107가구(0.5%) 늘었다.
충남은 상승 폭이 가장 두드러졌다.
18만4910가구에서 18만9618가구로 4708가구(2.5%) 증가했다.
충북도 14만332세대에서 14만1324세대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가 실시한 '4050 중장년 재취업 인식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6.3%가 "노후 준비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10명 중 8명꼴로 자신의 미래를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가장 부담스러운 지출로는 본인 생활비(35.7%)를 꼽았고, 자녀 사교육비 및 학자금(17.7%), 대출 상환(15.8%), 부모 부양비(9.5%) 등이 뒤를 이었다.
가족 부양에 가계지출의 상당 부분이 쏠리다 보니 개인연금이나 저축 같은 노후대비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보장이 어려운 현실에서 중장년층 스스로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은 점점 비현실적인 과제가 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OECD 회원국 중 처분가능소득 기준 노인빈곤율 1위(39.7%)라는 불명예가 현재의 중년층에게도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역복지계 한 관계자는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중년층이 10~15년 후 또 다른 빈곤 노인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중년기부터 생애주기 전반을 아우르는 소득 안정 정책과 맞춤형 복지 설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광현 기자 ghc0119@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