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장소서 흉기 꺼내기만해도 처벌
시행 후 살인 안 줄어 예방 효과 의문

29일 오후 12시경 대전 서구 괴정동의 한 빌라 인근에서 20대 남성이 30대 여성을 흉기로 피습한 후 도주한 가운데 현장에 경찰이 출동해 있다. 사진=함성곤 기자
29일 오후 12시경 대전 서구 괴정동의 한 빌라 인근에서 20대 남성이 30대 여성을 흉기로 피습한 후 도주한 가운데 현장에 경찰이 출동해 있다. 사진=함성곤 기자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이상동기 범죄 등에 대한 신속 초기 대응을 위해 공공장소에서 흉기를 꺼내기만 해도 처벌 가능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음에도 살인 등 흉악범죄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충청권 4개 시·도경찰청에 따르면 ‘공공장소 흉기소지죄’가 지난 4월 8일 시행된 이후 지난 27일까지 관내에서 대전 8명, 충북 4명, 충남 2명 등 14명이 해당 혐의로 검거됐다.

지난 5월경 충남 논산역 앞에서 망치를 들고 욕을 하던 50대, 또 아산의 한 도로에서 과도를 들고 배회한 40대 등이 흉기소지죄로 붙잡혔다.

형법 개정으로 신설된 흉기소지죄는 도로, 공원 등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장소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흉기를 드러내 공중에 불안감과 공포심을 유발할 경우 최대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그동안엔 흉기 소지자를 벌하려면 피해자가 특정된 경우(형법 특수폭행), 흉기를 숨겨 가지고 있는 경우(경범죄처벌법 흉기은닉) 등 일정 요건이 충족돼야 했다.

또 흉기은닉은 혐의자의 주거지가 일정하면 긴급체포를 할 수 없고 처벌해도 최대 벌금 10만원이 전부였다는 한계가 있었다.

즉, 흉기소지죄는 이같은 제약을 없애 경찰이 공공장소의 범죄예비자에 대해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제도 시행 이후 100일여가 지나는 동안 살인 등 흉악범죄가 줄지 않으면서 흉기소지죄의 범죄 예방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 충청권의 지난해 2분기와 올해 2분기 범죄 발생을 비교한 결과, 살인·살인미수는 16건에서 26건으로 62.5% 증가했다.

같은 기간 관내 전체 강력범죄가 628건에서 564건으로 11.3%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하다.

때문에 흉기소지죄 도입 취지가 온전히 달성됐다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소영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흉기소지죄는 ‘도구’를 통제하는 법이다. 갈등 상황 자체를 통제하고 범죄를 결심하게 만드는 내면의 요인까지 막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신건강 지원, 갈등 관리, 지역사회 감시 체계처럼 사람 중심의 예방 전략이 병행돼야 흉기소지죄가 온전히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재두 목원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치밀하게 준비한 계획범죄라면 애초 흉기를 많은 사람 앞에서 보이지 않을 테니 신고도, 경찰에서 인지하는 데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대전경찰 관계자는 "사회 불안감과 생명·신체에 중한 피해를 야기하는 흉기이용범죄에 대해 신설된 처벌조항을 적극 적용해 엄정 조치 중이며, 시기·분야별로 흉악범죄 및 민생침해범죄 집중단속을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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