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독극물 서로 다른 장소·시간에 준비
도주 중 직접 피해자 빈소 찾아가기도
[충청투데이 함성곤 기자] 최근 대전에서 발생한 교제살인 사건의 피의자가 범행 이전부터 도구와 도주 수단을 사전에 준비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단순한 우발적 범죄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31일 대전서부경찰서에 따르면 피의자 A(20대)씨는 범행에 사용된 흉기를 사건 전 대전의 한 마트에서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경찰에 붙잡히기 직전 음독을 시도했는데, 이에 사용된 독극물은 범행 당일 오후 4시 20분경 경북 구미의 한 판매점에서 구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판매자가 구매 목적을 묻자 A씨는 “마당에 풀을 제거하려 한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흉기와 독극물을 서로 다른 장소와 시간에 준비한 점은 계획범죄 정황으로 해석된다.
도주 수단도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피해자 명의로 대여한 렌터카, 평소 이용하던 피해자 명의의 오토바이, 범행 후 추가로 빌린 차량 등 3중의 이동 수단을 확보해 경찰 추적을 피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직후 현장을 빠져나간 A씨는 피해자 명의로 렌터카를 빌려 이동했고, 이후 오토바이와 다른 렌터카로 갈아타며 경찰의 추적을 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이점은 A씨가 범행 후 피해자의 빈소까지 직접 찾아간 정황이다. 장례식장 관계자에게 피해자의 행방을 물었고, 자신을 ‘남자친구’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체포 당시 A씨는 차량 안에서 미리 준비한 독극물을 마신 상태였으며, 현장에서 경찰에 의해 긴급 체포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A씨는 체포 이후 살인 의도를 묻는 경찰에 질문에 “내가 죽일 놈이다”, “무시당했다”는 등의 감정적 발언을 반복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A씨의 건강 상태가 호전되는 대로 살인 혐의에 대한 본격 조사를 벌이고, 구속영장도 병행해 신청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긴급체포는 해제하고 체포영장을 재신청한 상태”라며 “건강 상태가 회복되는 대로 조사 후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A씨는 지난 29일 낮 12시8분경 대전 서구 괴정동의 한 빌라 골목길에서 전 연인 B(30대)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 B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함성곤 기자 sgh0816@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