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감각J] 김영준 대전지방기상청 예보관
예측불가 날씨에 예보 중요성 커져
수치 모델·위성 자료보며 교대 근무
위험기상 집중되는 여름 긴장 못 놔
“오보 비판 속상해도 국민안전 최선”
[충청투데이 정유정 기자] 극단적인 폭염과 국지성 호우가 반복되는 요즘, 도대체 왜 여름은 매년 더 혹독해질까? 올해는 유난히 폭염특보도 빈번하고 날씨가 더 유난스러운 건 과연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일까?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날씨를 예측하고 연구하는 대전지방기상청 김영준 예보관을 만나봤다.
김 예보관은 매일 달라지는 하늘을 예측하기 위해 수치 모델과 레이더, 위성 자료를 들여다보며 24시간 교대 근무를 이어간다.
그는 요즘처럼 날씨가 예측 불가능하게 변할수록, 예보의 무게감이 더 커진다고 말한다.
예보는 곧 생존과 직결된다.
더위와 폭우, 국지성 호우가 반복되고, 열대야가 평범한 여름밤을 앗아가는 이 시기에 예보관들은 매일 수치 모델과 위성 자료를 들여다보며 ‘가능한 정확한 내일’을 그려낸다.
예보는 단순히 데이터를 해석하는 작업이 아니다.
지상과 해양, 고층에서 수집한 각종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대기의 현재 상태를 정밀하게 진단하고 수치예보 모델을 수행해 오늘과 내일, 그리고 보다 먼 미래를 예측한다.
여기에 과거 유사 사례를 분석하고, 그 예보가 오늘에 적용 가능한지 검토하는 작업까지 더해진다.
이 모든 과정이 끝나면 예보관들은 같은 데이터를 두고 열띤 토론을 거친다. 예보는 혼자만의 판단이 아니라 팀의 판단, 즉 ‘집단지성의 결과’라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예보의 목적은 무엇일까.
기상청은 왜 이토록 정확한 예보를 내놓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불가능에 가까운 미래를 예측하려 애쓰는 걸까.
김 예보관은 “단연 국민의 안전”이라고 말했다.
예보관들은 예상하지 못한 돌발 상황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미리 구성하고, 최악의 경우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예보 구조를 짜둔다.
이와 동시에 야외에서 일하는 시민, 기상 조건에 민감한 소상공인, 이동이 잦은 취약계층까지 고려한 ‘생활 밀착형 예보’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예보가 지역민들의 생업과 안전에 실질적인 도움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여름 날씨는 그야말로 극단적이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7월 초부터 폭염과 열대야가 빠르게 시작됐고, 7월 중순엔 단 이틀 사이 500mm가 넘는 비가 대전과 충청권 일부 지역에 집중됐다.
김 예보관은 이런 기후 현상이 단일 원인으로 설명되기 어렵다고 말한다.
북태평양 고기압의 확장, 고수온의 바다, 태풍이 몰고 오는 에너지, 아열대 기단과의 충돌, 그리고 지역의 지형까지, 복합적인 요소들이 맞물릴 때 지금 같은 이상 고온과 호우가 발생한다.
지난 17일 새벽 서산에서 기록된 시간당 114.9mm의 비는 이런 국지성 호우의 대표적 사례다. 김 예보관은 앞으로도 이런 형태의 날씨가 더 자주, 더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상청 예보에 대한 시민들의 시선은 때로 냉정하다. 예보가 빗나가면 곧바로 ‘오보다’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이러한 비판이 속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 예보관은 “그런 비판은 당연하다. 따라서 예보가 맞지 않았을 때는 사후 분석을 통해 반드시 복기하고 기록으로 남긴다”고 말했다.
단순한 실수나 놓친 점은 물론, 분석의 맹점까지 되짚어 다음 예보에 반영한다. 이 과정은 ‘기상청판 오답노트’와도 같다.
하지만 예보관의 하루는 결코 여유롭지 않다.
24시간 교대 근무 속에서 명절이나 연휴에도 근무는 이어진다.
특히 야간에 위험기상이 집중되는 경우가 많아 밤에도 긴장을 놓을 수 없다.
김 예보관은 “매일 시험을 보고, 다음 날 결과를 받는 직업”이라며 “실패했을 때는 그만큼 책임감과 무게가 따른다”고 털어놓았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일이 ‘보람 있는 조연’이라고 말했다. 태풍이나 집중호우가 예보대로 흘러가 피해가 줄어들었을 때, 주요 국가 행사나 스포츠 경기가 기상지원을 통해 무사히 끝났을 때, 그는 무대 밖에서의 기여를 느낀다고 한다. 예보가 어떤 사람의 하루를 지켜냈을 거라는 믿음, 그것이 예보관의 자부심이다.
기상청은 현재 AI 기반 분석 기법을 활용해 수치예보모델을 고도화하고, 보다 정밀한 예측을 위한 시스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 예보관은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이렇게 전했다.
“기상청은 시민들에게 예보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큰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지속해서 시민들의 안전과 생활 편익 증진에도 계속 매진하겠으니 지켜봐 주세요.”
마침 김 예보관을 만났던 날, 폭우주의보가 내려 있었다. 평소엔 가볍게 넘겼던 날씨 예보의 뒷면에 이렇게 많은 사람의 노력과 과학, 치열한 고민이 담겨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그렇게 예보는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누군가의 하루를 지키기 위한 세심한 준비일지도 모른다.
정유정 기자 yjeong0226@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