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감각] 당진 청년 농부 민정욱씨
서울서 일하다 충남 스마트팜 사업 통해 ‘제2의 삶’
노동력 부담은 줄었지만 데이터 분석 중요성 커져
자본 등 초기장벽 높아… “충분히 준비해야 성공”

정유정 충청투데이 편집국 부국장과 민정욱 스마트팜 청년 CEO가 23일 충남 당진시 토마토 재배농가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김주형 기자 kjh2667_@cctoday.co.kr
정유정 충청투데이 편집국 부국장과 민정욱 스마트팜 청년 CEO가 23일 충남 당진시 토마토 재배농가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김주형 기자 kjh2667_@cctoday.co.kr

[충청투데이 박현석 기자] 농업은 더 이상 낙후된 산업이 아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자동화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팜’은 지금 청년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하지만 겉보기의 화려함과 달리, 기술과 자본, 그리고 현실적인 한계 사이에서 버텨야 하는 농업의 민낯도 분명 존재한다.

기술이 농업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그리고 청년 농부가 농촌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정유정 부국장이 그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정 부국장이 만난 청년 농부 민정욱(36) 대표는 충남 당진에서 스마트팜으로 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다. 서울에서 IT업계에 종사하던 그는 2019년부터 경북 상주에서 2년간 딸기 실습 교육을 받았다.

이후 고향 밀양에서 임대농장으로 시작, 이 경험을 토대로 그는 ‘충남도 청년자립형 스마트팜 지원사업’에 선정돼 충남 당진에서 지난해 자신을 온실을 만들고 제2의 삶을 열었다.

정 부국장은 스마트팜이 노동력을 완전 대체할 수 없지 않냐며 물음을 던졌다. 민 대표는 정 부국장의 말대로 실제로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의 온실은 ‘1.5세대~2세대 스마트팜’이다. 기계가 물주고, 창문 열고 닫고, 가습·환기 등을 자동으로 조절한다. 하지만 작물 상태에 따라 컴퓨터 세팅값을 바꾸고 데이터 분석하는 건 온전히 농장주의 몫이다.

민 대표는 “스마트팜으로 기초 노동이 줄어드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농사가 편해지는 건 아니다”라며 “계절이 변화는 시기에는 데이터로 착과량, 온도, 광량을 매일 분석하며 리스크를 줄이려고 한다”라고 답했다.

정 부국장은 스마트팜이 농민 소득을 안정시킨다고 하지만 실제로 느끼는 수익 구조는 어떤지 조심스레 물었다.

민 대표는 스마트팜이 농가의 수익 안정화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다만 조건이 있다.

그는 “설비만 스마트한 게 아니라 농장주가 스마트해야 한다”라며 “관행농법대로 하는게 아니라 스스로 연구하면서 시스템을 제어해야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초기 창업의 가장 큰 장벽은 자본이다. 대출과 지원사업이 있어도 자기 부담금이 크게 들어갈 수 밖에 없고 이는 젊은 청년들의 진입장벽이라고 정 부국장은 지적했다.

민 대표도 “1000평 온실 하나 짓는 데 땅값 제하고 시스템 포함 5~7억원이 든다”라며 “이곳 충남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충남도와 충남신용보증재단이 무담보 신용보증으로 2억원까지 빌려주고 이자도 5년간 보전해줘서 시작이 훨씬 수월했고 덕분에 임대로 시작한 스마트팜을 4년 후 제 하우스로 직접 지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민 대표는 청년들에게 스마트팜 농업을 ‘사업’으로 생각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텃밭 키우듯 하면 안 된다. 농사도 사업이다”라며 “수익 구조를 계획하고 들어와야 한다. 준비만 충분하다면 청년 스마트팜 농업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박현석 기자 standon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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